‘뜨거운 감자’ 된 재건축 상가
상가 동의 받아야 조합 설립
현행 제도로 상가 설득 어려워
“법령 개정도 고민해야”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 문제는 난도 높은 골칫거리로 꼽힌다. 사업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단지에서는 재건축 밑그림이 채 그려지기도 전에 상가 지분 쪼개기가 횡행한다. 도시정비법상 이를 방지하기 위한 ‘권리 산정 기준일’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기준일 이전에 이뤄진 발 빠른 쪼개기는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가 소유자는 조합 설립 국면에 협상력이 가장 높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아파트, 상가 등에서 법이 정하는 일정 동의율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가 소유자는 영업 기반, 수익 저하 등을 이유로 동의서 제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상가 동을 정비구역에서 제외하고 재건축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건축 후 단지 모습이 전체적으로 이가 빠진 듯한 모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가 위치에 따라서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상가 부지가 사업 면적에서 제외되면 용적률 활용이 차단돼 사업성도 낮아진다. 재건축에서 배제된 상가는 재건축 후 새로 지은 아파트와 조화되지 못하고 겉돌아 단지 전체 가치를 깎아내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상가 소유자를 설득하는 수단으로 ‘독립정산제’와 ‘입주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카드가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장에서 삐거덕거리고 있다.
먼저 독립정산제는 상가 소유자에게 상가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보장해 주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도시정비법이 규율하고 있지 않지만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편법적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재건축 사업을 아파트 부문과 상가 부문으로 구분해 각 사업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소유자들에게 귀속시키는 것이다. 조합 설립 이후 아파트 소유자들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고, 단지별로 수익 보장 내용도 다양하다. 내용도 주마간산 격으로 두루뭉술해 다툼이나 소송이 잦다.
다른 수단인 ‘입주권 보장’은 상가 소유자가 재건축 후 상가와 아파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최근 법원 판결은 이런 정관 변경을 법령 위반으로 보면서 권리 가액이 작은 소규모 상가 소유자 입주권이 사실상 박탈된 상황이다.
상가 소유주 설득 방안이 모두 막히면서 조합 설립을 앞둔 재건축 단지에는 비상이 걸렸다. 입주권 카드 자체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한 내용이나마 입주권 약속을 해주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조합 설립을 위한 재건축에만 요구되는 ‘동별 동의요건’ 규정에 있다. 현행 법령은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구분소유자 7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더라도 동별로도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해당 규정은 재개발과는 다른 사업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거지는 상가 문제는 사업 전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 현장에서는 독립정산제나 입주권 보장과 같은 궁여지책이 고안되는 상황이다. 재건축 속도를 내 공급을 확대하려면 동별 요건을 폐지하고 상가의 영업권을 보상하는 등의 법령 개정을 신중히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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