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와 금리 하락, 빚투(빚으로 투자)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이 약 5조 원 증가했다. 한동안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또 가파르게 불어난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4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5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말 신용대출 상환분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증가액이 5조 원대 초중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4조2000억 원, 3월 4000억 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듯했던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다시 급격히 부풀었다.
시중은행 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2조3253억 원으로 3월 말(738조5511억 원)보다 3조7742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9월(5조6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연초 금리 인하와 은행들의 규제 완화, 이사철 수요 등이 겹쳐 2월(+3조931억 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3월(+1조7992억 원)과 4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이뤄진 주택거래 관련 담보대출이 대거 실행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신용대출도 3월 101조6063억 원에서 지난달 102조7109억 원으로 1조1046억 원 늘었다. 지난해 11월(2442억 원) 이후 5개월 만의 증가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저점 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의 빚투 수요가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도 총 830조1778억 원으로 전월보다 4조9684억 원 증가했다. 반면 5대 은행의 수신(예금) 자금은 약 26조 원 줄었다. 우대 금리 등을 포함해도 최고 금리가 2% 초중반대를 보이고 있어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잔액은 3조3342억 원, 요구불예금도 22조4615억 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모습”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가계대출 증가폭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다만 관리 강화 기조는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대출금의 9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올해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세부 적용 방침 또한 이르면 이달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일부 지역의 집값 단기 급등이 시차를 두고 3월 후반부터 가계대출에 반영되고 있으니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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