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확실한 곳만 공략”… 서울 정비사업 수주전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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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용산정비창 등 한강변 알짜
대형 건설사들, 치열한 물밑 경쟁
노원-영등포 등은 시공사 선정 난항

서울 강남구 압구정, 용산정비창 등 한강변 알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서울에서도 집값이 높지 않거나, 사업성이 불확실한 사업은 수주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사들이 이익이 확실한 사업 위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하면서 서울 정비사업 수주전도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은 기존 1924채 단지를 2571채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추정 공사비는 2조4000억 원이다. 이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의 약 66%에 해당하는 규모다.

2구역 수주에 나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입찰 공고 전부터 현장에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조합원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날 압구정 아파트지구 인근에 지상 6층 높이 프라이빗 라운지를 열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부터 2구역 내 법인 명의로 보유하던 한 가구를 ‘티 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현대건설 브랜드 아파트 관련 옛 사진, 물품 등을 공모하는가 하면 ‘압구정 현대’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시공권 선정 서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비 1조 원 규모의 용산구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서는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맞붙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착공 후 공사비 지급 18개월 유예, 입찰 후 공사비 물가 상승 20개월 유예 등을 수주 조건으로 내걸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맞서 최저 이주비 20억 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등을 제안했다. 이 밖에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2지구 재개발, 영등포구 대교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건설사 간 물밑 작업도 분주한 상황이다.

한강변 랜드마크 정비사업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건 공사비가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정비사업 수익성이 예전보다 낮아지면서 그나마 높은 가격에 분양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인기 지역으로 건설사가 더 몰리고 있는 것. 또 한강변 단지는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 서울 주요 간선도로에서 바로 보이기 때문에 완공 후 브랜드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반면 사업성이 높지 않은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영등포구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에는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당분간 입지에 따라 시공사 관심이 확연히 차이 나는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 경쟁#시공사 선정#정비사업#사업성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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