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선물 추종 상품 집중 순매수
증권가 “당분간 70달러 상회 힘들듯”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공급 과잉 등으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60달러 선이 깨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우리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4월 10일∼5월 9일) 사이 개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상장지수증권(ETN)은 ‘삼성 레버리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로, 개인들은 총 18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H)’도 3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상품은 뉴욕상업거래소에 상장된 WTI 선물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콘셉트다.
개인들이 관련 상품들을 집중 매수한 것은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한 탓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 시간) WTI 현물 가격은 배럴당 60.68달러로 이틀 연속 상승했지만 연중 최고치(77.85달러·1월 16일) 대비 무려 22%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WTI 가격이 줄곧 하락해온 만큼 기술적인 반등을 기대하며 원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국제유가 시장이 원유 공급과 수요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라는 데 있다. 지난달부터 WTI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석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진 결과다. 이달 5일 OPEC+가 다음 달 원유 생산량까지 41만1000배럴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57.13달러로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이사는 “전 세계 석유 시장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전까지 원유 투자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하며, 배럴당 70달러를 상회하는 강세 환경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수 움직임 대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은 기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데, 반대로 (투자자들의) 손실 폭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 될 때도 있다”며 “투자하기에 앞서 위험 요소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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