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배치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5.5.11/뉴스1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다들 집값이 올라갔다고 부러워하지만 집 팔아 수익을 실현한 것도 아니고, 금융 비용만 늘어서 외식 한 번 못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초 4억 원 상당의 빚을 내 집을 산 직장인 기모 씨(41)는 최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5년간은 고정금리가 유지돼 원리금이 월 160만 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이자가 두 배가량 뛴 것. 기 씨는 “월 200만 원대 중반의 돈을 갚고 나면 정작 생활비로 쓸 여윳돈은 얼마 없다”며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금리 시기에 주택을 구매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이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 상황이 악화되며 점차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한국수출입은행 포함)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 비율로, 2019년 12월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 0.09%로 최저치를 찍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0.3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2월에도 추가 상승하면서 영끌족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초저금리 시기였던 2019년 하반기나 2020년 초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을 이용한 영끌족들이 금리 재산정 기한(5년)이 도래하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평균 4.22%로, 2020년 1분기 평균 2.50% 대비 1.72%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빚 부담이 커지자 연체율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 경매 넘어가는 아파트 물건도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내 아파트 중에서도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등기 신청은 올해 1∼4월 1815건으로 집계됐다. 2년 전(1424건)과 비교하면 27.5% 늘어난 수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할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인해 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 침체와 경기 하락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가계의 부동산 빚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한은에서 신속하게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를 회복시키고, 가계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한은에서 하루빨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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