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로 위축됐던 분양시장이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가동되고 있다. 상반기 막바지인 5~6월 전국에서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가 1만7000여 가구 규모로 공급될 예정인 가운데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청약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될 곳만 되는’ 이른바 ‘될놈될’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전국에서 일반 분양되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18개 단지, 총 1만7452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 공급 물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13개 단지에서 총 1만792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지방 광역시 가운데서는 부산이 2개 단지 3440가구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충청권에서도 3개 단지 3220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천 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시세 상승과 환금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면서 “최근에는 대단지일수록 집값 상승폭이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수요가 더욱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소규모 단지를 웃도는 양상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1500가구 이상 대단지의 가격은 전년 대비 8.87% 상승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역시 5.11%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3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가 기록한 2.44%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1500가구 이상 대단지는 10.37%,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7.8% 상승한 반면 300가구 미만 소형 단지는 3%대에 그쳤다.
이 같은 인식은 실제 청약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 1분기 서울의 유일한 분양 단지였던 ‘래미안 원페를라(총 1097가구)’는 1순위 청약에 4만여 명이 몰려 평균 151.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지난 3월 천안에 공급된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총 1763가구)’이 1만9000여 명의 청약 접수를 받으며 평균 17.4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초 청약 접수를 받은 하남 교산지구의 ‘교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총 1115가구)’ 역시 일반공급 201가구 모집에 약 5만2000명이 몰리며 평균 2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규제, 공급 불확실성,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한 채만 보유하더라도 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대단지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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