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남쪽으로 130㎞ 거리인 티엔장성 벤짜우 선착장. 여기서 배를 타고 30분을 이동하니 망망대해에 해상 105m 높이로 솟은 풍력터빈이 나타났다. 10m의 높이 사다리를 올라 풍력터빈을 위해 만든 작은 섬에 오르니 지름 150m에 달하는 거대한 풍력터빈의 날개가 ‘휘힉’ 소리를 내며 5~7초 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었다. 이와 같은 흰색 풍력 터빈 36기는 축구장 25개 면적(25만㎡ 규모)에 500m 간격으로 세워져 수평선을 수놓고 있었다.
13일 찾아간 이곳은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사업장 중 최대 규모인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다. 지난해 기준 연간 443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풍력 발전으로만 만들었다. 베트남 기준으로 약 2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매출은 연간 500억 원씩 발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투자 지분율에 따라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의 45%를 가져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이 베트남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에 150MW(메가와트) 규모의 탄푸동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020년에는 닌 투언 지역에 131㎿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투자했다. 1억 명의 내수 시장을 지닌 데다 연간 7%씩 경제가 성장하는 베트남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 기지로 주목한 것이다.
베트남 남부 티엔장성의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 SK이노베이션 E&S 제공베트남은 국토가 위아래로 길다. 3200㎞가 넘는 해안선에서 풍력발전을 진행하기 유리하다. 베트남은 겨울에 북동 계절풍, 여름에는 남서 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계절과 상관없이 풍력 발전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위도가 낮아서 태양광 발전 효율도 한국보다 10~15% 유리하다. 베트남 정부는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최대 36%, 2050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장을 함께 찾은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은 “현재 풍속은 초속 약 7m 정도이고 연 평균 풍속은 초속 약 6∼8m”라며 “이 지역은 근해(近海)임에도 한국의 원해(遠海)와 비슷한 수준인 약 34%의 이용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바람이 충분히 강하게 불어 풍력 발전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근해에서 풍력 발전을 하면 원해에 비해 건설 및 관리 비용이 적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베트남 남부 티엔장성의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 SK이노베이션 E&S 제공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전력구매계약(PPA)도 협의중이다. 베트남 정부가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이행 압박이 거센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소장은 “SK이노베이션 E&S가 올해 내로 PPA의 성공 사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회사는 현재 보유한 약 1GW(기가와트) 규모의 해외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0년 2배 이상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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