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기다림을 강조한 연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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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건형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위원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위원
극도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표 의존적 입장이 강화됐다. 관세에 따른 영향이 성장 하방 위험뿐만 아니라 물가 상방 위험을 자극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였다.

관세 충격에 속도감 있는 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BOE) 등과 달리 연준이 관망 입장을 유지한 배경에는 ‘서베이 부진에 비해 견조한 실물 지표’와 ‘관세 충격에 따른 물가 상방 위험’이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듯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충격은 일시적이지만 섣부르게 대응할 경우 관세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우려만으로 관세에 연준이 빠른 대응을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연준은 관세로 인한 충격 수위를 확인한 뒤 정책 대응을 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관세발 물가 상승과 경기 하방 압력은 관세를 피한 재고 비축분이 소진되는 2분기(4∼6월) 말부터 확대돼 여름쯤이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대로 이달 연준은 기준금리 4.25∼4.50% 동결을 결정했다. 성명서에서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 추가 증대, 실업 및 인플레이션 동반 상승 위험 확대라는 문구가 새로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여파를 아직 판가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용 위축,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한 점은 시장 기대와 달리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FOMC 후 다음 달 금리 동결 전망은 68.6%에서 76.7%로 확대됐다.

현재 미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서베이 등 소프트 지표(심리나 기대 등 주관적 지표)가 하락하는 가운데 소매 판매 등 하드 지표(실제 경제 활동 데이터 측정 지표)는 버티는 흐름이다. 경제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하방 위험이 증가한 것 같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과 일치한다. ‘당분간 기다릴 수 있다’는 표현은 1∼2개월 사이 연준의 빠른 금리 인하 대응을 예상했던 시장에 기대의 조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FOMC 후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는 금리 인하 기대 축소, 향후 성장 둔화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연준은 다음 달까지 금리 인하 없이 지켜볼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줬다. 3.8% 이하로 하락한 미국 국채 2년 금리의 변동성 축소가 예상된다. 반면 그사이 하드 지표들의 추가 하락은 장기 금리의 상대적 하락 폭 확대를 견인할 수 있다. 50bp(100bp=1%포인트)대로 확대된 2·10년 스프레드가 40bp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FOMC 이후 관세를 둘러싼 글로벌 협상 진척 여부, 감세안 연장 등 트럼프 확장 재정정책 통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세#연준#기준금리#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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