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프랜차이즈 카페·빵집 커피 가격이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줄줄이 오른다. 올해 상반기(1~6월) 중 가격을 올린 곳만 10곳이 넘는다. 전 세계 이상기후로 원두값이 올라갔기 때문인데, 지난해 말 탄핵 이후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탄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서식품은 다음 달부터 커피 전 제품 가격을 지난해 5월 30일 대비 평균 7.7% 올린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평균 8.9%의 가격을 인상한 후 6개월 만이다. 이번 조치로 ‘맥심 모카골드’를 포함한 커피믹스 제품과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평균 9% 오른다. ‘맥심 티오피’, ‘맥스웰하우스 RTD’ 등 커피 음료도 평균 4.4% 인상된다.
커피믹스에 이어 프랜차이즈 카페, 베이커리 업체도 커피 가격을 올린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엔젤리너스는 29일부터 일반 음료를 제외한 커피류 제품의 S 사이즈를 200, R 사이즈를 300원 인상한다. 뚜레쥬르도 30일부터 주요 커피 32종 제품의 가격을 100~500원 인상한다. 이 중 아메리카노는 3200원에서 3300원으로 인상되며, 디카페인 콜드브루 레귤러 사이즈는 3800원에서 4300원으로 뛴다.
앞서 주요 식품 업체들도 잇달아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1~3월에는 스타벅스와 할리스, 폴바셋,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커피 전문점이 주요 커피 제품 가격을 200~600원씩 올렸다. 저가 커피 전문점인 컴포즈커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일부 제품 가격을 300원 올리고 더벤티도 3월 초 200~300원 인상했다. SPC그룹의 던킨도 아메리카노 가격을 3700원에서 3900원으로 올렸다.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원두 가격 급등이다. 원두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은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재배 면적이 줄고 베트남은 폭우로 작황이 나빠졌다. 이에 따라 원두 가격도 올랐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 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이번 달 평균 가격은 t당 8489.47달러로 1년 전(4619.3달러)과 비교해 83.7% 올랐다. 영국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원두도 t당 5046.31달러로 지난해 동기(3696.65달러) 대비 36.5%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식품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통제로 가격 조정에 제약을 받아왔고 현재 꾸준한 원자재 가격 인상이 이어져 업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선 이후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것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에서 안정세를 보여 원자재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지금은 가격 인상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점유율이 큰 일부 식품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가격을 꾸준히 올려온 만큼 대선 후 새 정부 출범으로 당분간 인상이 어려울 것을 우려해 미리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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