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위아 창원 2공장에서 직원들이 K9 자주포에 탑재될 포신들을 최종 검수하고 있다. 현대위아 제공
22일 경남 창원 현대위아 2공장에선 모래색으로 도색을 마친 K9 자주포 포신들을 최종 검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포신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으로 옮겨져 K9 자주포에 장착된 뒤 이집트 땅을 밟을 예정이다. 이날 2400평 규모 공장 곳곳에선 K9 자주포용 포신과 K2 전차용 포신을 가공 선반 위에서 고속으로 회전시키며 깎고 다듬는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 8개월이면 ‘뚝딱’…폴란드 매료시킨 작업속도
현재 현대위아가 생산 능력을 집중하고 있는 건 폴란드 1차 수출 물량이다. 포신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철강 원자재의 무게만 5t에 달한다. K9 자주포에 탑재되는 포신의 무게가 2.2t임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게 깎아내야 하는 셈이다.
원통 모양의 원자재가 포신의 외형을 갖추는 데 6개월, 실사격 검증과 도색 과정까지 더하면 포신 한 대를 제작하는 데 8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최창열 현대위아 특수생산실장은 “미국 등 경쟁국들이 포를 깎는 데만 36개월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진된 재래식 무기 공백을 빠르게 메꿔야 하는 폴란드가 한국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22일 현대위아 창원 2공장에 포신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철강 원자재들이 쌓여있다. 현대위아 제공생산 속도를 뒷받침한 것은 기술력이다. 원자재에 고압의 절삭유를 분사하며 포열을 뚫는 공정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한다. 약 8m 길이의 포신이 휘지 않게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차범위가 0.1mm를 넘어선 안 된다. 포탄 속도와 사거리를 높이기 위해 포신 내부에 나선형 강선을 새기는 과정도 거친다. 최 실장은 “열변형이 가해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냉각도 병행해야 하므로 까다로운 공정”이라며 “며느리가 와도 안 가르쳐 줄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위아는 화포 제작에서 수출까지 하는 체계종합사로 거듭나기 위해 방산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81mm 박격포·105mm 자주포를 경량화해 전투용 차량에 탑재하는 ‘차량탑재형 화포체계’가 대표적이다. 대드론방어체계(ADS)와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 차세대 방산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 빅4 수주 100조 원 ‘눈앞’…창원산단에도 활기
세계 각지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며 신속한 납기 능력과 가성비를 갖춘 K방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소위 ‘빅4’로 불리는 국내 방위산업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현대로템)가 쌓아둔 수주잔고는 100조 원을 목전에 뒀다. 이들의 잇따른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창원산단 전반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포신을 공급하는 현대위아뿐만 아니라 볼트 등 단순 부품을 제작하는 협력사들까지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이 덩달아 호황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실장은 “회사가 80년대 방산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해 포신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25%정도 늘었고 내년에는 이보다 40%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위아는 늘어난 생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최근 공장 내에 포신 가공 선반을 추가로 도입하기도 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현대로템은 9조 원 규모의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인도와 K9 자주포 추가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까지 수출시장을 넓히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프랑스 등 유럽의 전통 방산 선진국뿐 아니라 튀르키예 같은 신흥국까지 무기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전차와 자주포 등 지상화력장비에 치중된 수출 포트폴리오를 최첨단 무기체계까지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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