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마셔요” 한류 날개 단 ‘K-소주’ 연 40%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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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 필리핀 간담회
“경쟁자는 주류업체 아닌 넷플릭스”
“주류 통해 문화 만들고 전파할 것”
동남아 시장 확대해 내수위기 극복

18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주류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제공
18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주류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 제공
“우리의 경쟁자는 같은 주류 업체가 아닙니다. 넷플릭스 보는 사람, 여행 가는 사람, 스포츠 보는 사람 모두 우리가 끌어와야 할 고객입니다.”

18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기자간담회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가장 큰 경쟁자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단순한 주류 판매를 넘어 소비자들이 술을 마시고 즐기는 시간 자체를 겨냥하겠다는 의도다. 김 대표는 “술을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주류를 통해 문화를 만들고 이를 세계인들에게 전파하는 게 하이트진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창사 101주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대중화’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의 주류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 원 달성’ 목표를 제시한 하이트진로는 올해 2월 베트남에 첫 해외 공장을 착공하는 등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성장세가 가파른 필리핀은 하이트진로의 수출 역점 지역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서 진로 소주 판매량은 동남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판매 법인 설립 이래 판매량이 계속해서 늘며 2022∼2024년엔 판매액이 연평균 41.7% 성장했다.

18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현지 마트 주류 코너에 ‘참이슬’, ‘자몽에이슬’ 등 하이트진로에서 만든 소주들이 진열돼 있다. 마닐라=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18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현지 마트 주류 코너에 ‘참이슬’, ‘자몽에이슬’ 등 하이트진로에서 만든 소주들이 진열돼 있다. 마닐라=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필리핀에서는 현지인 위주로 소주 소비가 늘면서 기존 소주 핵심 소비층인 교민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판매량은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8000명이던 필리핀 교민 수는 2023년 3만4000명으로 61.4%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소주 판매량은 3.5배 늘었다.

과일 소주가 주축이 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반 소주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점도 필리핀 시장의 특징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1년까지만 해도 필리핀 소주 시장의 61%는 과일 소주 제품이었지만 지난해는 일반 소주 비중이 68%로 역전했다. 필리핀에서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 등에서 일반 소주가 자주 노출되며 현지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소주는 점차 일상적인 주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마닐라 시내에서 만난 조시 씨(23)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국 술로도 이어져 일주일에 한 번은 소주를 마신다”며 “필리핀 사람들은 주로 맥주를 많이 마셨는데 요즘엔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술을 원하는 이들도 많아져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필리핀인도 “필리핀의 어느 마트를 가도 소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19일(현지 시간) 마닐라의 한 한식당에서 현지인들이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고 있다. 하이트 진로 제공
19일(현지 시간) 마닐라의 한 한식당에서 현지인들이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고 있다. 하이트 진로 제공
필리핀 내 소주 인기의 배경에는 K팝, K드라마 같은 한류의 영향이 꼽힌다. 소주 마시는 K팝 가수,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노출되는 소주 등을 통해 소주라는 술에 호기심과 친숙함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필리핀에서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한 교민은 “필리핀 내 소주 인기에는 한류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소주에 관심 있는 현지인들은 교민들보다 신제품 출시 소식을 더 빠르게 알 정도로 소주를 좋아하고 즐겨 찾는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인구 감소, 음주 기피 문화 확산 등으로 국내 시장의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9.1L였던 국내 1인당 평균 주류 소비량은 2021년 7.7L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며 매출신장률이 연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데다 10개 회사가 경쟁 중”이라며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 대신 글로벌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외 생산 기지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2월엔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2만5000평(약 8만2083㎡) 규모의 공장이 2026년 완공되면 연간 최대 500만 상자의 소주를 현지 생산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공장이 완공되면 오랜 숙원이던 동남아 시장에서의 생산 확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주류 소비#한류#소비자 문화#K-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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