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대감-美관세 유예 등 영향
계엄이후 첫 ‘낙관적 전망’으로 전환
성장률 저하-美경기 침체 변수 여전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미국의 관세 유예 조치 등으로 통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8.0포인트 상승한 101.8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12.3포인트)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고, 지수 자체도 지난해 10월(101.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CSI는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크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12월(88.2) 비상계엄 사태로 전월 대비 12.5포인트 하락한 이후 4월(93.8)까지 5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이달 들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개선된 것이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도 대선 전후 소비자 심리가 다소 개선되는 양상을 보여온 바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에 나서는 등 격화됐던 관세 전쟁이 다소 누그러진 데다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번 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가 모두 전월보다 상승했으며, 특히 향후경기전망(91), 현재경기판단(63)이 각각 18포인트, 11포인트씩 두드러지게 개선됐다. 1년 후 주택가격 전망을 반영한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11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석 달 연속 상승세로, 지난해 10월(116)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의 성장률 저하와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정책 등 부정적 요인이 완화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개선됐다”면서도 “향후 경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보니 계속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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