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신이디피, 미국-유럽 등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 차세대 배터리 시장 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상신이디피㈜
이차전지 CAN 부품 분야 경쟁력 확보… 세계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기지 구축
삼성SDI-GM 합작사 핵심공급망으로… 해외법인 확대 위한 인재 육성 계획

말레이시아 상신에너텍 직원들과 단체 사진. 상신이디피㈜ 제공
말레이시아 상신에너텍 직원들과 단체 사진. 상신이디피㈜ 제공
전 세계 이차전지 산업이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배터리 업계 전반에 조정 국면이 찾아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들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각형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들은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 삼성SDI와 GM이 발표한 5조 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 소식은 북미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변화의 중심에서 국내 이차전지 부품 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특히 충남 천안에 위치한 상신이디피㈜는 40년간 축적한 제조 노하우와 혁신적인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캔(CAN) 부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40년 제조업 DNA와 과감한 업종 전환

미국 상신인디애나 현장. 상신이디피㈜ 제공
미국 상신인디애나 현장. 상신이디피㈜ 제공
1985년 설립된 상신이디피의 성장은 한국 제조업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4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부터 이차전지 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과감한 업종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현재 상신이디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전기자동차(x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적용되는 이차전지 캔 부품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특히 원통형과 각형 배터리 캔 분야에서는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캔 80%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대세는 결국 전기차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민철 상신이디피 대표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물량이 적을 때 오히려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효율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을 설명했다.

실제로 상신이디피는 시장 침체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혁신 활동을 통해 30% 이상의 효율 향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 향후 시장이 회복될 때 더 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으로 세계시장 공략

상신이디피㈜ 중대형 CAN 제품. 상신이디피㈜ 제공
상신이디피㈜ 중대형 CAN 제품. 상신이디피㈜ 제공
상신이디피의 경쟁력 중 하나는 체계적으로 구축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다. 국내 3개 사업장(천안 본사, 양산, 화성)을 기반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헝가리, 미국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이뤄졌다. 2013년 말레이시아 상신에너텍 설립을 시작으로 2015년 중국 상신하이텍, 2018년 상신 헝가리 법인 설립에 이어 2023년 미국 상신 인디애나를 설립했다. 2024년에는 말레이시아 상신에너텍 공장을 확장 이전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생산기지다. 이 공장은 올해 말까지 모든 설비 설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현지 생산 체계는 필수다. 물류 비용 절감은 물론 고객사와의 소통도 더욱 원활해진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부품은 무게가 상당해 현지 생산이 가져오는 이점이 더욱 크다”라고 글로벌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상신이디피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사업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어학 역량이 우수한 직원을 적극 배치하고 해외 고객사와의 소통 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로 이런 변화에 맞춰 당사도 글로벌 경영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중심이 돼 해외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한 후 2007년 입사해 18년간 근무한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하고 젊은 세대의 감각과 역량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하반기에는 상황이 악화될 때를 대비해 대비책을 마련해뒀다”라며 “이미 일정 수준의 투자가 이뤄진 만큼 향후 증가하는 수요에도 원활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시대 맞춤형 2세 경영 체제 구축

상신이디피㈜ 원형 CAN 제품. 상신이디피㈜ 제공
상신이디피㈜ 원형 CAN 제품. 상신이디피㈜ 제공
상신이디피는 올해 3월부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안정적인 2세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글로벌 시대에 맞는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18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장 운영과 글로벌 고객사 관리를 전담하며 국제 경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래처 다변화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지만 삼성SDI와의 협력 관계는 여전히 핵심적이다. 1985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삼성SDI는 상신이디피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으며 특히 2000년대 초부터 이차전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 지원과 안정적인 발주를 통해 새로운 시장 안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신이디피는 이런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며 상호 신뢰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혁신과 원가경쟁력의 균형점 추구

글로벌 이차전지 부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신이디피가 추구하는 핵심 전략은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의 균형이다. 이는 단순히 두 마리 토끼를 좇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김 대표는 “기술개발은 품질 혁신을 위한 과정이고 원가절감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라며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는 생산 물량이 감소하면서 원가절감에 집중하고 있지만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투자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신이디피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46Φ(파이) 원형 배터리와 같은 신기술의 상용화에 대해서는 “빨리 상용화되면 좋겠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상신이디피는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특히 상신이디피는 기업의 자생력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자생력을 갖춰야 지속가능합니다. 정부 지원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물론 정부가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결국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김 대표의 이러한 철학은 회사의 경영 방침에 깊이 반영돼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상신이디피는 삼성SDI와 GM이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의 핵심 공급망으로 부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각형 배터리 부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핵심 파트너로 선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 문화 확산으로 100년 기업을 향한 도전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핵심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향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영속성 있는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김 대표는 상신이디피의 장기 비전을 밝혔다.

상신이디피의 혁신 문화는 ‘전 사원이 일을 하자, 심부름을 하지 말고’라는 메시지에 잘 담겨 있다. 김 대표는 “무언가를 시켰을 때 하는 것은 심부름이다. 자발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혁신 문화의 근간에는 제조업에 대한 깊은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주이자 김 대표의 부친인 김일부 회장은 “제조를 정확하게 알아야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는 능력과 공정의 개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며 “제조는 구매부터 판매까지 모든 생산 활동의 기초”라고 늘 강조해왔다. 김 대표는 이 철학을 경영의 첫머리에 두고 18년간 제조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앞선다고 자부하지는 못하지만 기술적 노하우를 재정립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면 확실하게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상신이디피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약 300억 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해 위기 상황에 대비했다. 이는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서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의 표현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상신이디피. 40년간 축적한 제조업 DNA와 혁신적인 2세 경영, 체계적인 글로벌 전략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부품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여정이 주목된다.



“급변하는 이차전지 시장, 혁신으로 돌파할 것”
[인터뷰] 상신이디피㈜ 김민철 대표
“이차전지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하면 미래가 없죠. 기술력과 효율성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충남 천안 본사에서 만난 상신이디피 김민철 대표(사진)는 이차전지 부품 산업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제조 현장에서부터 경영 수업을 시작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에서 경쟁력은 결국 효율에서 나옵니다. 지금처럼 물량이 적은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전 사업장에서 혁신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양산 사업장에서는 이미 30% 이상 효율이 향상됐습니다.”

김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의 주인의식이다. 그는 ‘심부름이 아닌 일을 하자’는 슬로건을 강조하며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상급자가 시키는 일만 하는 건 심부름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점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일’이죠.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회사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삼성SDI-GM 합작사의 핵심 공급망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이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삼성SDI에 감사도 전했다. “1985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삼성SDI는 상신이디피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습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이차전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삼성SDI의 기술 지원과 안정적인 발주는 우리 회사가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김 대표는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지화 전략이 필수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해외 법인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 육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회사는 발전합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100년 기업을 향해#기업#상신이디피㈜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