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로 영토 넓혀
증권사, 작년 해외 순이익 두배로 껑충… 중국-홍콩 비중 줄고 인도 등 시장 확대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자산 400조… ETF만 650개… 해외 운용사 적극 인수
시중은행도 인도-유럽-아프리카 진출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금융사들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과 협력해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내수’라는 편견을 깨고 수익 구조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권사 순이익 7% 해외에서 발생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해외 현지법인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5.5%나 증가했다. 15개 증권사가 설치한 해외 현지법인 70곳(시장조사 목적의 10개 사무소 제외)의 순이익은 2억7220만 달러(약 3724억 원)로 전년(1억650만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해외 현지법인을 둔 15개 증권사 당기순이익의 7.3%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 폭등은 지난해 채권중개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업무 등 트레이딩 관련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70개 현지법인 중 38곳(54.3%)에서 이익을 냈고 32곳(45.7%)에서는 손실을 냈다. 국가별로 따져보면 미국, 홍콩, 베트남 등 10개 국가에서는 이익을 봤지만 영국, 태국 등 5개 국가에서는 손실을 냈다.
미국, 홍콩 등에 편중돼 있던 해외 진출이 다각화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증권사 15곳은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합해 총 80개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인데 이 중 58개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에 있고 14개가 미국에 있다. 그 외 영국 6개, 그리스 1개, 브라질 1개 등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중국,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비중은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금융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우량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뉴욕에서 단독 기업설명(IR) 행사를 진행하며 현지 금융업계와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행사에는 골드만삭스, 칼라일, 스티펄파이낸셜 등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 임원과 주요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투증권은 골드만삭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펀드 조달, 자료 공유 등의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올해 초에도 글로벌 운용사 맨그룹의 그레고리 본드 대표, 얼라이언 번스타인의 오너 에르잔 대표가 한국투자증권을 방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두 자산운용사의 대표적인 월지급식펀드 ‘한국투자MAN다이나믹인컴펀드’와 ‘AB글로벌고수익펀드’를 판매 중이다.
글로벌 ETF 시장 노리는 자산운용사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기라성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해외에 진출한 지 22년 만에 글로벌 운용자산이 400조 원을 넘었다. 이 중 181조 원을 해외에서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 미국, 베트남,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영국, 인도, 일본, 중국,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홍콩 등 16개 지역에서 자산을 운용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특히 상장지수펀드(ETF)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총 650개의 글로벌 ETF를 운용 중인데 전체 운용 자산의 절반이 넘는 약 212조 원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스, 2018년 미국 글로벌엑스, 2022년 호주 ETF 시큐리티스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적극 인수하며 시장 진출에 나섰다. 특히 2023년에는 호주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스탁스폿’을 인수했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금융상품에 접목할 계획이다.
국내 ETF 시장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앰플리파이와 손잡고 앰플리파이의 대표 ETF를 아시아와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해 출시한 바 있다. 또 2023년 11월 채권형 ETF 2종을 미국에 상장시켰고 최근 자회사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ETF 운용 전략을 처음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동남아에서 인도, 유럽, 중남미로 영토 넓히는 은행
시중은행들은 기존 동남아시아 중심에서 인도,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인도 첸나이와 푸네 지점을 열었다. 기존 구루구람점을 포함해 인도 현지 점포가 3개로 늘어났다. 첸나이·푸네 지점에서는 여·수신과 수출입금융뿐 아니라 개인·디지털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멕시코 몬테레이 지점을 열었다. 2018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멕시코신한은행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멕시코에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공급망이 구축돼 있다. 신한은행은 멕시코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시설 및 운전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방위 산업 등에서 한국과 협력 중인 폴란드에도 은행들이 거점을 구축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폴란드에 진출한 데다 2022년 7월 초대형 무기 수출 계약 이후 방산 수요가 지속되며 기업금융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올 3월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을 열었다. 국내 시중은행의 첫 폴란드 지점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연 뒤 지점 전환을 추진해 왔다. 하나은행도 폴란드 지점 개소를 준비 중이다. 사무소 대신 지점을 곧바로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도 폴란드 법인 설립 인가를 지난해 11월 얻었다. 영업 인가 승인을 위한 작업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법인 설립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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