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보다 단단한 신뢰… 입고부터 출하까지 데이터로 혁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일성레미콘㈜
30년간 현장경험 쌓은 장성호 대표… 레미콘 공정에 스마트 시스템 적용
연간 100만 t 원스톱 생산 가능… 관광-면세점 등 수익 다각화 시동

일성레미콘 본사 내부.
일성레미콘 본사 내부.
전남 순천시 외곽, 청정 자연과 인접한 한적한 길목에 위치한 일성레미콘㈜의 생산 기지. 콘크리트 제조업이라는 무겁고 전통적인 이미지와 달리 공장 내부는 센서와 자동화 설비가 촘촘히 연결된 스마트 시스템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30년 넘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장성호 대표는 일성레미콘을 단순한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품질 기업’으로 재정의해왔다.

일성레미콘은 레미콘 생산을 넘어 ‘신뢰’와 ‘지속’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은 일성레미콘 단체사진.
일성레미콘은 레미콘 생산을 넘어 ‘신뢰’와 ‘지속’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은 일성레미콘 단체사진.
호남을 중심으로 충청부터 제주까지 레미콘과 아스콘을 생산하는 일성레미콘, 백운산업, 동양레미콘, 한성레미콘 등 30여 개 관계회사에 총매출 약 3000억 원, 직원 수만 1000명 이상에 이른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신뢰를 받아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 사장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단순한 레미콘 생산을 넘어 ‘신뢰’와 ‘지속’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모든 레미콘 및 아스콘 등 제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장 대표의 안내를 따라 들어선 공장 내부에는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모니터들이 눈에 띈다. 1997년 로컬타입 배처플랜트 2호기 증설과 2009년 듀얼 배처플랜트 1, 2호기 증설을 통해 연간 레미콘 100만 t의 생산능력을 갖춘 일성레미콘의 심장부다.

“이 공장이 하나밖에 없었을 때부터 제조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 10년을 보내고 2004년부터 관리자로 일했죠.” 장 대표는 스스로를 2세 경영인이 아닌 ‘1.5세 경영인’이라 부른다. 남다른 출발점이 오늘의 남다른 경영 철학을 만들었다.

거짓 없는 생산, 데이터로 증명하는 신뢰

일성레미콘 타설 현장.
일성레미콘 타설 현장.
“레미콘은 본질적으로 반제품입니다.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 현장에서 완제품으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모든 공정에서 정직함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데이터로 뒷받침된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장 대표의 말에는 30년 현장 경험이 담겨 있다. 그가 다른 중소기업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MES(제조관리 시스템), QCS(품질 관리 시스템)를 과감히 도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합니다. 배합, 생산, 출하, 트러스트 생산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죠. 우리에게는 숨길 것이 없으니까요.”

이 통합 시스템은 원자재가 입고되는 순간부터 최종 제품이 출하되는 마지막 순간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분석한다. 공장 안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원재료의 수분 함량, 믹서 전류, 계량 수치 등 콘크리트 품질을 좌우하는 모든 변수가 숫자로 정확히 표시된다. 이렇게 수집된 모든 정보는 고객 요청 시 투명하게 제공된다. 또한 데이터의 위변조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공장 한편의 중앙관제실로 들어서자 기술자들이 대형 모니터를 주시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공장 전체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슬라이드 현황판’이다. 이 현황판은 생산 정보, 배합비, 차량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고객과의 신뢰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데이터와 원스톱 시스템이 만드는 품질과 효율

“매출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할 일을 정직하고 충실히 했느냐는 거죠.”

장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오직 ‘안전’과 ‘품질’이다. 이를 위해 일성레미콘은 수분 센서의 자동 보정과 믹서 전류 추이 분석으로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고 차량 GPS 관제 시스템으로 물류 동선을 최적화했다. 사일로 탱크의 레벨, 가스 사용량까지 모니터링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들은 24시간 제품의 품질을 감시하는 파수꾼으로 레미콘이 ‘거짓말’하지 않도록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이 시스템은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원가를 실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품질관리의 힘은 원스톱 생산 구조에서 비롯된다. 특히 자회사인 백운산업은 자재관리부터 운송까지 전 공정을 자체 운영하는 통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원자재의 품질이 최종 제품의 품질을 좌우합니다. 저희는 원자재 단계부터 철저한 품질관리를 시행하고 있어요.” 백운산업의 관리 책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안내로 찾은 현장에서는 최신 장비들이 효율적으로 자재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자재는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 레미콘 공장으로 운송된다.

관광과 면세점으로 여는 새 시대

최근 장 대표는 사업 영역을 건설 너머로 과감히 확장하고 있다. 새로이 공동 설립한 에이치에스레저산업은 2026년부터 인바운드 관광 여행사를 오픈하고 사후 면세점 운영을 위한 1차 계약도 마무리했다. 특히 연 매출 25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인 중국 화청그룹(뉴화청국제여행사)과 협업해 영호남 인바운드 여행을 비롯해 면세점 사업을 준비 중이다.

“건설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합니다.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죠.”

신사업팀의 계획에 따르면 인바운드 관광 여행사는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를 접목한 특색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다. 영호남을 잇는 광역 관광 코스와 더불어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체험형 관광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역 기반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다른 여행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독특한 관광 콘텐츠를 확보한 점이 경쟁력이다.

면세점 사업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한국 문화 체험의 장’으로 기획되고 있다. 한국의 뷰티 제품과 식품,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지역 명품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하는 특별 코너도 마련할 예정이다.

“화청그룹은 중국 관광업계의 거인입니다. 그들과의 협업은 안정적인 고객 유치는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에이치에스레저산업은 화청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연간 10만 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뢰로 쌓아 올린 성과, 사람을 품는 지속가능 경영

공장을 나서는 길,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과 장 대표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다치지 마라!” 그가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정년 제도가 있지만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고 특히 20년 이상 장기근속 중인 직원이 많다는 게 회사의 강점이다.

다양한 복지 제도 중 여직원을 위한 화장실 칸수 확보 같은 세심한 배려와 함께 자체 기장을 하는 회계팀, 법무팀 운영, 그룹웨어 도입 등 체계적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장 대표의 사회 공헌 활동은 네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재 육성이다. 장 대표는 순천시 인재육성장학재단 상임이사, 매산장학회재단 이사로 활동하며 지역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둘째는 지역 안전이다. 광주지방검찰청 범죄예방위원회 자문위원 및 운영위원, 법무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전남동부위원을 맡으며 지역 안전과 범죄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셋째는 지역 경제 활성화다. 전남 동부 및 광주 아스콘·레미콘 협동조합 이사, 순천상공회의소 상임위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남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은 조용한 사회 후원이다. 자연재해 발생 시 지역 건설 현장 지원 및 장비 무상 제공, 지역 행사 후원, 복지관 물자 기부 등 꾸준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수상으로 이어졌다. 2025년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이 그 증거다.

장 대표는 “건설은 단지 땅 위의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삶의 기반을 짓고 내일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스마트 공장 노하우로 고품질 레미콘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을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경영 지식 전파와 리더십 개발의 선봉에 서다

장 대표의 사회적 영향력은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교육계로도 확장되고 있다. 올해 3월 그는 국내 최고 수준의 CEO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높은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AMP) 96기 회장으로 취임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AMP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4000명 이상의 CEO와 고위 임원을 배출하며 국내 경영자과정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장 대표의 회장 취임은 뛰어난 경영 역량과 리더십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최고경영자과정은 단순히 경영 이론을 배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산업의 경영자들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래 비전을 함께 모색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대표는 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독창적이고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수립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최신 경영 전략, 글로벌 트렌드, 신시장 개척 등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필요한 지식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장 대표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원우들이 활동하는 기업과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리더십과 경영 지식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의 이러한 교육계 활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자신이 쌓아온 경영 노하우와 리더십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일성레미콘에서 시작한 경영 철학이 이제는 더 넓은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으로 품질 증명, 신뢰로 만드는 미래”

[인터뷰] 일성레미콘㈜ 장성호 대표
장성호 대표
장성호 대표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는 우리 회사의 최고 자랑거리입니다.”

현장에서부터 시작한 30년 여정은 그에게 남다른 시각을 선물했다. “제조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지금의 경영 철학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을 중심으로 충청과 제주까지 30여 관계회사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유에 대해 장 대표는 지역적 특성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 가운데 매출이 가장 큰 백운산업과 레미콘, 아스콘, 석산 부문 계열사의 대표를 직접 맡고 있다. 그중 백운산업, 일성레미콘, 동양레미콘, 한성레미콘 등이 대표적인 계열사로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에는 더 많은 계열사를 직접 운영했지만 이제는 임직원의 자긍심과 책임 경영을 위해 각자대표를 세웠다.

장 대표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레미콘을 붓는 일은 단순히 구조물을 만드는 행위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 ‘신뢰’와 ‘지속’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레미콘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30년 전 장 대표가 첫발을 내디뎠던 이곳은 이제 수천 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수천억 원의 매출을 일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첫날의 초심이 담겨 있다. 거짓 없는 제품, 믿음직한 기업, 함께 성장하는 지역사회.

그가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하게 다져온 이 가치들은 이제 순천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치로 증명되는 품질, 데이터로 지켜내는 신뢰, 사람을 중심에 둔 혁신.

장 대표가 쌓아 올린 이 기업 철학은 차갑게만 느껴지는 콘크리트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100년 기업을 향해#기업#일성레미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