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법인 3곳 돈 빼돌려 강남아파트 매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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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위법 의심거래 108건 적발
편법증여-법인돈 유용 60% 차지
국세청에 통보, 경찰 수사 의뢰

40대 남성 A 씨는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를 45억 원에 매수하면서 가족들이 운영하는 회사를 총동원했다. 아내와 아버지, 어머니가 각각 사내이사로 있는 법인 3곳에서 정상적인 회계 처리 없이 총 7억 원을 빌렸다. 국토교통부는 A 씨가 가족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올해 1, 2월 이뤄진 서울 아파트 거래를 조사한 결과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거래 108건을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일부 거래는 위반 행위가 2건 이상이라 위법 의심 행위는 총 136건이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재지정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 해제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급상승하자 이상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3월부터 5월까지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 80곳을 점검했다.

위법 의심 거래 108건 중 82건(60.3%)은 편법 증여 및 법인 자금 유용 사례였다. 35세 남성 B 씨는 서울 강동구 아파트를 약 23억8000만 원에 매수하면서 13억 원은 차입금으로, 10억 원은 임대보증금으로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행정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금 조달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차입금 13억 원은 어머니에게 빌린 자금인데, 국토부는 편법 증여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가족을 세입자로 들인 사례도 있었다. 50대 여성 C 씨는 자신의 부모가 소유한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13억 원에 사들였다. 그러면서 부모와 보증금 8억5000만 원의 전세 계약을 맺었다. 부모가 세입자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C 씨의 매수 자금을 보태준 셈이라, 국토부는 C 씨 사례도 편법 증여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한 위법 의심 거래는 국세청,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 조사 결과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조사 대상 1297건 가운데 701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편법 증여 및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가 388건(55.3%)으로 가장 많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거래 가운데 미등기 거래 499건을 확인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잔금을 치른 뒤 60일 이내 등기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세표준액의 5∼30%가 과태료로 부과된다.

국토부는 다음 달에도 서울 아파트 이상 거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 기간 이후 거래된 아파트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이후 ‘풍선효과’로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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