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만 넣으면 10종 의류 디자인 뚝딱…게임사들, AI 앞세워 콘텐츠-로봇사업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일 15시 40분


코멘트
국내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게임 밖으로 넓히고 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AI 기술을 핵심 축으로 삼아 게임 운영 시스템 개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패션, 로보틱스, 블록체인까지 사업 영역을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내부 AI 연구개발 조직이었던 ‘엔씨 리서치’를 올해 2월 ‘엔씨 AI’로 분사시켰다. 엔씨 AI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음성합성, 이미지 변환, 챗봇, 기계번역 등 다양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패션과 미디어, 커머스 등 산업별 맞춤형 AI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엔씨 AI가 선보인 ‘바르코 아트 패션’은 패션 분야 전문 용어와 유행을 학습한 전용 AI 모델을 바탕으로 의류 디자인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서비스다. 디자이너가 ‘스트릿 캐주얼’과 같은 키워드만 입력해도 수 초 내에 10종이 넘는 디자인을 제공한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보유한 F&F가 이 솔루션을 신상품 기획, 디자인, 생산 전 과정에 도입해 제품 개발 주기가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 AI는 3차원(3D) 이미지 생성과 편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3D 모델링 서비스부터 음성을 생성하고 수정하고 검색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사운드 팔레트’ 등을 지원한다. 또한 사진을 통한 아바타 생성, 감정 연기가 가능한 AI 기반 음성합성(TTS), 음성 기반 얼굴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을 갖춘 ‘아바타 시프트’로 콘텐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초거대 언어모델(LLM), 로보틱스까지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딥러닝본부 내에 피지컬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로봇과 제스처 인식 등 관련 전문가를 확보해서 자사가 갖고 있는 기술을 현실 로봇까지 확대하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크래프톤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개발한 AI 캐릭터 기술 ‘CPC(Co-Playable Character)’가 적용될 방침이다. CPC는 AI를 통해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캐릭터다. 기존 NPC와 달리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니라 사람처럼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 CPC가 로봇에 탑재된다면 피지컬 AI까지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크래프톤의 판단이다.

넥슨 AI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는 플랫폼·데이터 기반 솔루션 ‘게임스케일’을 통해 게임 내 유저 이탈 예측, 콘텐츠 밸런싱 자동화, 운영 최적화 등 게임 개발부터 운영 시스템까지 통합 관리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넥슨은 자사 게임에만 적용해온 게임스케일 솔루션을 외부에도 공개하면서 더 많은 게임사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넥슨은 게임 내 캐릭터가 정해진 스크립트를 벗어나 유저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AI NPC’ 기능도 연구 중이다. 캐릭터가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는 대신 각자 개성을 가진 NPC가 게임 내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별 플레이 특징에 맞는 다양한 대화를 이어가는 형태다.

위메이드는 게임에 생성형 AI와 블록체인을 융합한 사용자 중심의 차세대 게임 기술 ‘인피니티 플레이’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AI가 게임 이용자의 행동과 전략을 학습해 그에 따라 게임 환경을 실시간으로 변화시켜서 한 차원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엔비디아의 대화형 NPC 엔진 에이스가 적용됐다. 위메이드는 이 기술을 자사 게임 ‘미르5’와 ‘블랙 벌처스’ 등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게임사들의 이같은 AI 전환 시도는 기존 게임 산업의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업계는 가장 먼저 대규모 실시간 AI 실험이 가능했던 영역”이라며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을 디지털화하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