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제주 포럼에서 ‘경계를 넘어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하의 한국과 아세안의 시너지 강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장근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왼쪽)는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제주=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전 세계는 지정학적 갈등, 급변하는 기술, 기후 위기 등 복합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긴밀한 협업이 절실합니다.”(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아세안 관련 외교 정책 명칭이 바뀝니다. 정책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부호 주한 베트남대사)
한·아세안센터는 지난달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제주 포럼에서 ‘경계를 넘어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하의 한국과 아세안의 시너지 강화’ 토론회를 열고, 협력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가 형식적 외교에 그쳐선 안 된다”며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늘리고,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간 경제·사회·문화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 출범한 정부 간 국제기구다. 양측은 지난해 관계를 기존 전략적 동반자 관계(SP)에서 CSP로 격상했다. CSP는 외교 관계상 동맹 다음으로 맺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파트너십이다.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각국 대사 “한·아세안 협력, 구체적 이행 방안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한 아세안 국가 대사들은 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 마련을 강조했다. 송깐 루앙무닌턴 주한 라오스대사는 “CSP는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큰 틀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올해 나올 한-아세안 행동계획(POA)”이라며 “계획에 그치지 않으려면 예산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세부 협력 분야는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친환경 기술 등이 언급됐다. 타니 상랏 주한 태국대사는 “한국과 사이버 안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한다”며 “중소 및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비롯해 스마트시티, 미래형 모빌리티 등 분야에서도 교육과 투자, 기업 교류 등이 활발히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 탄소 중립, 재생에너지, 식량 안보 등과 문화, 노동 등이 협력 분야로 제시됐다.
한·아세안 협력이 개별 국가 이익에 국한되지 않고 아세안 국가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하멧 잠루니 빈 칼리드 주한 말레이시아대사는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진행 중인 그린 기술·스마트시티·수소에너지 분야 협력은 양자 간 접근이지만,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함께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특정 국가 간 협력을 시작점으로 삼되, 이를 아세안 다수 회원국이 함께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한국, 정책 일관성 보여줘야”
한국 정부가 아세안에 대한 일관된 정책 기조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잠루니 대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달라진다”며 “아세안에서 한국은 중요한 무역 동반자라는 인식은 크지만 경제 비전을 주도하는 설계자로는 미흡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장근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는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 지속해서 협력하길 원했고, 새롭게 탄생할 정부도 마찬가지로 아세안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아세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내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비롯해 교육,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 데 베가 주한 필리핀대사는 “K팝 등 한국 문화가 아세안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적 힘만으로는 영향력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며 “아세안 국적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 및 이주 정책을 개선하고, 아세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층 교류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상랏 태국대사는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5만 명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입국이 거절되는 사례도 있다”며 “한국 내 대학들이 아세안 학생 수용력을 확대하고, 비자 시스템을 개선해 입국을 거절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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