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임기를 3개월 남기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정권이 교체되면 KAI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이날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 사장의 사직 의사에는 그동안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도 담겨있다는 평이다.
KAI는 국내 방산 업체들이 수출 호조에 따라 가파른 성장을 보였지만 실적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강 사장은 2022년 9월 취임 이후 수출 활성화를 위해 3차례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지난 3일 필리핀에서 열린 FA-50 12대 추가 수출 계약 소식이 이날 알려진 것을 제외하면, KAI는 강 사장 임기 중에 이렇다할 수주는 하지 못했다. 강 사장 임기 초기에 폴란드와 FA-50 48대 계약을 체결했지만, 취임 10일 만에 체결된 것으로 강 사장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강 사장이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 등 중동을 찾으며 헬기 세일즈에 나섰지만, 수리온 헬기 2대를 이라크에 수출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KAI는 지난해 매출 3조6337억원과 영업이익 240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9%, 2.8% 감소하는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강 사장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첫날 사의를 표하면서, 정권 교체 때마다 KAI 사장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KAI 사장은 지금까지 역대 정권 교체와 사장 임기가 함께 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데, 김홍경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났고, 하성용 전 사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하 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으며 자진 사퇴했다. 후임은 김조원 전 사장이 맡았다. 김 전 사장에 이어 7번째 KAI 사장에 오른 안현호 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연임하지 않고, 이후 강 사장이 취임했다.
KAI 안팎에선 이번 강 사장의 사의 표명도 의외의 선택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정권 교체 때마다 비전문가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KAI를 거쳐간 8명의 사장들은 여권에서 활동한 경력이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 전 사장을 제외하면 군 또는 관료 출신이 CEO로 부임하면서 ‘전문성 결여 논란’도 반복됐다.
정권 교체 때마다 사장이 바뀌기 때문에 정권 교체기에는 사장의 지휘력이 반감되고, 직원들도 사장 교체를 기정 사실로 여기며 ‘경영 공백’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들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