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50%… 더 높아진 미국發 ‘철의 장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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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관세폭탄 맞은 국내 철강업계
중국산 저가 공습까지 설상가상
새 정부, 통상협상 시급한 과제로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미국발(發) ‘철의 장벽’이 현실화됐다. 건설 경기 둔화로 국내 수요마저 쪼그라든 상황에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높이는 포고문에 3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부과된 관세는 해당 산업이 지속적인 건전성을 갖고 예상되는 국방 수요에 필요한 생산 가동률을 갖추도록 하진 못했다”며 “인상된 관세는 해외 국가들이 미국 시장에 저가의 과잉 생산된 철강 및 알루미늄을 수출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더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25%의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은 국내 철강업계는 2차 관세 폭탄으로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13.06%로 일본(11.45%), 중국(9.95%)을 넘어 가장 높았다. 국내 철강업계로선 가장 큰 수출 시장의 진입 장벽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높아진 수출 장벽이 세계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들의 공습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등 기타 시장이 미국을 따라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은 약 8조5000억 원을 공동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해당 제철소가 상업 생산을 시작하는 2029년까지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 철강 원자재를 쓰는 연계 산업 역시 관세 부담을 같이 떠안게 됐다. 만성적인 철강 공급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은 일정 물량을 외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관세 인상에 맞춰 미국 철강사들이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해 알루미늄을 소비재로 가공하는 업체까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고, 결국 가격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협상은 새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에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철강이 가지는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장기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조업이 뿌리를 둔 지역 경제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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