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지구 유일… 정비계획 확정에 이어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임박
서울시 협의 사항 유지하면서도 허용된 범위 내에서 창의적 경쟁 유도
조합, 신속한 사업 추진·세계 일류 주거단지 목표 동시 실현 추구
서울 강남 재건축의 대표 격전지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기반으로 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가까운 준비 끝에 올해 3월 정비계획변경을 확정 고시한 데 이어, 이달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앞두고 있다.
당초 압구정지구 재건축은 2006년, 전체 단지를 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며 시작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구상 속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2011년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이 발표되며 재건축 논의가 재점화됐지만, 공공기여 부담에 대한 이견으로 다시 좌초됐다. 2014년 3월 안전진단 통과를 계기로 재건축이 재시동을 걸었고, 조합설립과 정비계획 수립, 지구단위계획 재검토 등 과정을 거쳤지만, 사업방식·층수·평형 구성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며 장기간 지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압구정2구역은 2022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정비계획 틀을 명확히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본궤도에 진입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와의 협의, 주민 의견, 도시계획 원칙을 통합적으로 반영해 인허가 지연과 번복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지구단위계획, 건축심의, 도시계획심의 등 복잡했던 행정 절차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으로, 서울시도 “행정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민 갈등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며 제도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압구정지구에서는 2·3·4·5구역이 나란히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이 가운데 정비계획변경을 최종 확정·고시한 곳은 압구정2구역이 유일하다. 특히 압구정2구역 조합은 서울시와 수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한강변 주동계획과 스카이라인, 주동의 개수 등 핵심 사항을 확정했으며, 이러한 과정을 걸쳐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잡음 없이 도달할 수 있었다. 이는 신속통합기획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한 결과라는 평가다.
조합은 스카이라인 등 서울시의 핵심 승인사항은 철저히 준수해 도시계획의 일관성을 지키고, 외관 디자인, 평면 구성, 커뮤니티·조경 등에서는 시공사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염원인 ‘신속한 사업 추진’과 ‘세계 일류 주거단지’라는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인근 압구정3구역에서는 2023년 설계공모 과정에서 특정 설계사의 신통기획 설계 위반 논란으로 서울시가 직접 개입했고, 이로 인해 일정이 지연된 바 있다. 당시 사례는 서울시가 신통기획 체계 내에서 정비사업의 방향성과 기준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압구정2구역이 서울시와의 사전 협의를 충실히 반영했기에 입찰공고를 앞둔 시점까지 속도감 있게 도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변경이 불가능한 항목은 명확히 하면서도, 그 외 영역은 유연하게 열어두려는 열린 접근이 사업 신뢰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 기준을 무시한 과도한 대안설계는 이미 수립된 정비계획 전체를 흔들어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서울시와 협의한 사항은 엄격히 준수하되, 허용된 범위 내에서 창의적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혼선 없이 사업을 완성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는 특히 스카이라인 변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조합이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창의성과 안정성의 균형점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압구정2구역은 총 2,571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며, 총공사비는 약 2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이달 내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며, 올해 하반기 중 시공사 선정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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