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
“韓 고품질 제조 능력이 핵융합 기여
AI시대 안정적 전력 공급원될 것”
“한국 기업들의 고품질 제조 능력은 핵융합 분야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에서 쌓아 온 한국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퓨전 인더스트리 데이’에 참석한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사진)은 핵융합 분야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인 다원시스와 큰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오늘 이 행사에 온 것도 핵융합 공급망에 있는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ITER는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한국, 인도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지역에 축구장 60개와 맞먹는 크기의 핵융합로를 건설 중으로, 2034년 가동이 목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및 민간 기업들은 ITER에 들어가는 진공용기, 삼중수소시스템 등 핵심 부품 9가지를 납품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핵융합 에너지가 지구온난화와 인공지능(AI) 경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어렵다”며 “핵융합에너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다 보니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서방국 간의 갈등 속에서도 ITER 협력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정치적인 상황이 ITER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갈등 상황은 ITER이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인지를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 헬리온에너지 등 미국의 민간 핵융합 스타트업이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으로부터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ITER 프로젝트를 통해 쌓인 노하우는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은 더 도전적인 시도들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의 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 개발 30주년을 맞아 핵융합연과 국내 핵융합 스타트업 인에이블퓨전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핵융합 에너지
초고온의 플라스마에서 가벼운 원자핵을 충돌시켜 하나로 융합하며 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태양이 빛을 내는 것과 동일해 ‘인공 태양’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에너지원. 원전에 비해 방사능 오염 우려가 적다는 게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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