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첫 해외투자법인 ‘…벤처스’ 설립
“韓, 美中보다 투자 적고 인력 부족
공격적으로 확실하게 투자 할 것
첫번째 도전은 전자상거래 시장”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집중해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합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사진)은 5일(현지 시간) 네이버의 첫 해외 투자법인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언론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미중 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승부수를 걸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의장은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해 “어떤 기술에서든 한국은 (미국·중국에 비해) 투자 규모도, 인력도 늘 부족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싸움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AI의 등장이 네이버에 위기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의장은 “자주 하는 말이지만 (네이버 창업 이후) 지난 25년 내내 망할 것 같았다. 모바일, 인터넷, 블록체인 등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AI 역시 인터넷, 모바일과 동등한 수준의 ‘큰 파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배경에 대해 “공격적으로, 확실하게 투자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젊은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을 전폭 지원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만의 AI 승부처로 ‘데이터 경쟁력’을 꼽았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범용 AI 모델로 미국과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지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상거래나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분야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의장은 “검색도 처음에는 알고리즘 싸움이었지만 결국 다 비슷해지고 데이터를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집중할 분야로는 AI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꼽았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분야가) 상거래 쪽”이라며 “외부에서는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투자를 두고 네이버가 난데없이 중고거래 시장에 투자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상거래 데이터를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행사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 해외 투자법인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한다.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김남선 전략투자 부문 대표 주도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테크 트렌드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인재 및 파트너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게 목표다. 첫 투자처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디오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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