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할인공세에 中당국 제재… “글로벌 전기차 ‘치킨게임’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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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요 전기차 1년넘게 가격경쟁… 당국 “산업생태계 해쳐” 자제 촉구
과잉 공급물량은 해외로 쏟아져
韓내수시장도 비야디 진출후 영향
“전기차 가격폭락-업계재편” 분석도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BYD)가 촉발한 극심한 가격 경쟁에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개입했다. 당국까지 나설 정도로 심각해진 ‘치킨게임’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가격 폭락과 업계 재편을 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비야디, 지리자동차 등 주요 전기차 제조사 임원들을 베이징으로 소집해 과도한 할인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산업정보화부는 1년 넘게 지속하는 중국 내 전기차 가격 경쟁을 ‘내부 소모형 경쟁’이라고 표현하며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해친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격 전쟁의 시발점은 업계 1위 비야디였다. 지난달 23일 비야디는 자사 22개 모델을 최대 34%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인기 모델인 소형 전기차 ‘시걸’은 최저 5만5800위안(약 1050만 원)까지 가격을 낮췄다. 이후 체리자동차(최대 47%)와 지리자동차(18%), 창안자동차(10.5%) 등의 할인 경쟁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무질서한 가격 전쟁이 악성 경쟁을 심화시키고 기업 이익률을 압박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기차 업계의 과잉 공급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 능력을 1700만 대로 18% 확대한 것을 두고 “이는 전 세계 수요량보다 300만 대 많다”고 진단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과잉 공급 물량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했지만, 비야디는 올 4월 유럽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순수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국은 태국(78.2%), 인도네시아(50.8%) 등 동남아에서 수입 전기차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85.2%), 멕시코(62.5%) 등 남미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신흥국 전기차 시장 확대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내수시장도 올해 비야디 진출 이후 중국 저가 전기차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야디는 연초 아토3를 3150만 원으로 출시했고, 보조금을 적용하면 이 차의 구매 가격은 2000만 원대로 낮아진다.

중국발 가격 전쟁이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국의 저가 전기차 수출이 글로벌 시장 구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생산의 해외 거점으로 낙점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야디의 공세가 무섭다. 해외 시장에서 비야디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자생존’을 뜻하는 ‘다윈의 바다’에 빠져든 중국 업체들이 촉발한 구조조정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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