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청자들이 ‘오겜’에 폭싹 빠져든 이유…“더빙의 묘미”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6월 13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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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글로벌 더빙 워크샵 진행
영어권 시청자 80%가 ‘오징어 게임 2’ 더빙으로 시청
“성공한 더빙은 성우 존재감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아”

ⓒ뉴시스
“성우 티 안 나게 연기해 주세요”

‘오징어 게임 2’와 ‘폭싹 속았수다’ 등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를 연달아 흥행시킨 넷플릭스가 현지화 전략 중 하나로 자연스러운 더빙을 꼽았다. 시청자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원작 배우와 목소리가 비슷한 성우를 캐스팅하고 입 모양 립싱크를 맞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진행한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넷플릭스 글로벌 더빙팀 존 드미타 시니어 매니저와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디렉터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글로벌 더빙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존 드미타는 “성공한 더빙은 성우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게 한다”며 “특히 영어권 시청자들은 입모양과 대사가 일치하지 않으면 몰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립싱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빙 팀의 이러한 노력은 오징어 게임 2에서 빛을 발했다. 일반적으로 영어 더빙 소비량은 20%에 불과하지만 오징어 게임 2는 80%의 영어권 시청자가 더빙으로 감상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더빙 작업을 총괄한 로베르토 그라나도스는 감정 표현이 풍부한 중남미권 문화와 미묘한 어조 차이로 감정을 전달하는 한국 문화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침묵까지 연기하는 한국 콘텐츠의 매력을 중남미식으로 완전히 바꾸지 않고 살짝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더빙했다는 것이다.

그는 “라틴계 사람들은 침묵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콘텐츠에서 표현되는 침묵의 여백을 존중하기 위해 일부러 빠르게 말하거나 공백을 채우지 않았다”며 “시청자들도 작품 속 슬픔을 중남미식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외국 영화 같지 않고 내 이야기처럼 와닿아서 눈물이 나왔다’는 소감을 전했다”며 “브라질 유명 가수인 알시오네 나사렛이 폭싹 속았수다에 빠져서 자신의 노래를 한국어로 개사해 부른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비영어권 콘텐츠는 전체 시청의 약 3분의 1가량으로, 이 중 한국 콘텐츠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더빙과 화면해설을 함께 제공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 장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더빙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빙의 경우 최대 36개 언어로 제공된다. 평균적으로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에 더빙이 더해지려면 8~10주의 제작 기간이 걸린다. 중남미권 시청자는 더빙이 없고 자막만 있으면 작품을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중남미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더빙이 필수라고 넷플릭스는 강조했다.

성우를 캐스팅할 때는 원작 캐릭터의 목소리에 최대한 가깝고 화면 속 모습과 알맞은 목소리인지에 중점을 둔다. 특히 단순한 번역에서 벗어나 문화적 맥락과 의미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성우를 대상으로 한국어 속담과 표현, 한국인의 표정과 몸짓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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