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 전쟁에 유가-해상운임 동반 상승… 韓수출 악영향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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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이스라엘-이란 사태’ 보고서
전쟁 장기화땐 유가 100달러 돌파… 항공편 중단에 물류비용도 증가세
중동수출 위축-물가 상승 이어져
韓경제 하반기에도 침체 가능성

최근 격화되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저하고’로 전망되던 한국 경제가 하반기(7∼12월)에도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은 이미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맞물려 물가 상승과 수출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KOTRA가 19일 발표한 ‘이스라엘-이란 사태에 따른 중동 주요국 수출 비즈니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중동발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세계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 상승, 해상 운임 인상 등이 이어지며 대중동 수출 규모가 위축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중동발 해외 수주도 중동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으로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은 동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이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미사일 공격 이후 70달러 선을 넘었다. 두바이유 역시 70달러대로 올라섰다. 일각에선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류 역시 비용 증가세가 가파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초 1,300 선이던 것이 이달 들어 2,000 선을 넘어섰다. 전쟁 이후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스라엘과 이라크, 이란이 영공을 폐쇄하며 항공편이 중단됐고 항만 역시 대체 항로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적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페르시아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 폐쇄 우려가 가장 크다. 전쟁이 더욱 격화돼 이곳이 폐쇄된다면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각각 35%, 33%가 막히게 된다. 특히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지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인 바레인, 카타르 등에 미군 함대 주둔지가 있어 폐쇄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중동 국가가 ‘산업 개조’ 프로젝트로 추진하던 한국과의 경제 협력도 난관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1분기(1∼3월) 기준 한국이 중동 국가에서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 규모는 49억6000만 달러(약 6조8500억 원)로 전체 해외 수주 가운데 60.4%를 차지했다. 건설업 관계자는 “최근 중동 건설 시장 호황에 국내 장비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중동 전쟁으로 뱃길이 막히면 수출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동발 리스크로 물가 상승이 우려되면서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요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상저하고가 예상됐던 올해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국제 유가#대중동 수출 규모#중동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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