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일 연속 오르며 3,000 선을 돌파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3,000 선을 넘어선 건 2021년 1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스피가 3년 6개월 만에 3,000 선을 넘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20조 원이 넘는 돈이 풀리면 국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3,000 선을 넘어선 건 2021년 12월 28일(3,020.24)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의 시가총액도 2472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로 ‘삼수’ 만에 코스피는 3,000 선 돌파에 성공했다. 앞선 17일과 19일에도 코스피는 장중 2,990까지 치솟으며 3,000 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외국인이 순매도해 무산됐다. 20일에는 외국인이 5626억 원, 기관이 372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9.02포인트(1.15%) 오른 791.53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1일(813.53) 이후 가장 높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영화, 화장품 등 ‘민생회복 소비쿠폰’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가가 11.96% 상승했다”며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소폭 하락한 점에 비춰 보면 국제적인 추세를 넘어선 상승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증시부양 기대-원화강세에 ‘바이 코리아’… 코스피 수익률 ‘G20 1위’
코스피 3년6개월만에 3000 회복 9개월간 38조원 어치 판 외국인… 환율 떨어지자 환차익 기대 ‘순매수’ 대선후 연일 최고점… 수익률 12% 美와 관세 협상이 추가 상승 관건… 삼성전자-車-배터리 반등 기대도
3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3,000 선을 깰 수 있었던 건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각종 증시 부양책이 집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부진한 수익률 탓에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던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9개월 동안 38조5000억 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팔아 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4월에만 9조4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1400원이 넘던 월평균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390.7원까지 떨어지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 역시 커졌다.
코스피는 이달 3일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연일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실제로 20일 종가 기준 6월 코스피 수익률은 12%로 1% 안팎의 상승에 그친 G20 증시 수익률 중 1위다. 지난해 워낙 부진했던 기저효과 탓에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해 25.9%, 16.7%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는 미국 S&P500(+1.7%), 나스닥종합지수(+1.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 등은 물론이고 독일 DAX(+15.8%)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피 수익률은 G20 국가 증시 수익률 중 1위다.
코스피가 처음 3,000 선을 넘겼던 2021년과 현재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2020년 6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46%나 상승했던 당시 상승장에선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했던 탓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 매매 비중에서 개인은 69.0%를 차지해 외국인(14.0%)이나 기관(15.9%)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25.9% 상승한 이번 3,000 선 돌파 국면에서는 기관에서 외국인으로 바통이 넘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 매매 비중은 31.8%인 반면 개인은 48.7%로 쪼그라들었다.
대외적인 상황도 다르다. 2021년에는 기준금리가 0.75%에서 0.5%로 낮아지는 등 저금리 상황이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났다. 반면 올해는 기준금리가 3.0%에서 2.5%로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저금리 상황이라고 보긴 힘들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및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 등 내부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 “삼성전자 반등하면 추가 상승 여력 有”
3,000 선을 뚫은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대내외 여건에 달려 있다. 우선 내적으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수급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와 자동차, 배터리 등 수출 제조 기업의 반등이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첫 3,000 선 돌파 직전인 2021년 1월 7일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7%에 달했지만 이날은 비중이 14.2%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면 지수 전체의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모멘텀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주주환원 강화 방안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개인의 퇴직연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수급에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따라오지 않는 한 증시 급등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한국의 낮은 경제성장률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증시가 오를 경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기 힘들 수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의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투자자들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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