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수출단가도 15% 낮아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효과로
미국내 철강생산 증가 예상 ‘악재’
미국의 ‘관세 폭탄’에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과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 철강 업계가 미국의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이윤을 줄이는 식으로 수출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약 45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9000만 달러)과 비교할 때 16.2% 줄었다. t당 수출 단가 역시 같은 기간 1429달러에서 1295달러로 9.4% 하락했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1월 21만7000t, 2월 24만2000t, 3월 25만 t, 4월 24만8000t, 5월 25만2000t 등으로 올 3월 25% 관세 부과 이후에도 20만 t대 초중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 1∼4월 t당 1500달러 안팎을 유지했던 수출 단가는 5월 1295달러로 떨어지며 한 달 만에 14.6% 하락했다. 철강 업체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가를 낮춰서라도 수출량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국제 철강 산업에서 미국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라 판매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4일부터 미국이 기존의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확대하면서 올 하반기(7∼12월) 국내 철강 업계의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로 미국 내 철강 생산량이 늘거나 생산 효율성이 증대되면 미국의 철강 수입량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 철강 물량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철강 관세가 50% 오르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기존 대비 24%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량 기준으로 약 70만 t이 갈 곳을 잃는 셈이다.
국내 철강 업계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계획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의 상업 생산은 2029년부터다. 그사이 일본제철 등이 US스틸을 통해 미국 내 철강 공급망과 판매망을 선점하게 되면 결국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공장에만 물량을 납품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국내 철강 업체가 생산 비용을 절감해 미국 관세 부과에도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 내 생산이 쉽지 않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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