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 컬래버레이션 유행
젊은 고객 둔 버거와 게임의 만남
패션-뮤지컬과 손잡은 편의점
매출 증가와 마니아 집객 효과
분야를 넘은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유통,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무신사와 손잡고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선보인 GS25, 영화 ‘쥬라기월드’와 협업해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내놓은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 신흥시장 프로젝트를 선보인 ‘코카콜라’(왼쪽부터). 각 사 제공
유통, 식품업계에서 분야를 넘나드는 이색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경기 불황과 치열한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빠진 업계에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인기 지식재산권(IP)과의 협업을 통해 해당 IP의 ‘덕후(마니아)’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식품업계는 가장 적극적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3월 패션업체인 LF와 손잡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윌 작약’ 등 자사 제품 구매 시 LF가 유통하는 프랑스 브랜드 ‘이자벨마랑’의 볼캡 등을 받을 수 있는 협업을 진행했다. 하이트진로는 CJ와 손잡고 테라, 필라이트 등 주류 제품 구매 시 CJ ONE 포인트를 추첨해 충전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 중이다.
코카콜라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신흥시장과 함께하는 ‘코카-콜라X신흥시장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신흥시장 골목의 간판 등을 코카콜라 브랜딩으로 리뉴얼하고 시장 내 레스토랑 19곳 중 11곳과 함께 가게 내·외부 전반을 코카콜라로 브랜딩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이국적인 정취와 맛집이 가득한 신흥시장의 특징이 코카콜라 이미지와 부합했다”며 컬래버레이션의 취지를 밝혔다.
외식업계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16일 자사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인 ‘아웃백’과 영화 ‘쥬라기월드’ 시리즈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선보였다. 공룡을 연상시키는 ‘블랙라벨 스테이크 쥬라기월드 에디션’에 더해 공룡알을 형상화한 초콜릿 디저트 ‘멜팅 다이노 쇼콜라 아이스크림’ 등 공룡을 연상시키는 메뉴들이 특징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많은 버거 업체들은 게임, 만화 등 유명 IP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맘스터치는 2021년 스마일게이트의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메뉴를 출시한 이래 넥슨의 ‘블루아카이브’, 쿠로게임즈의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유명 게임들과 함께한 한정판 세트를 개발·발매하고 있다. 2023년 10월에는 도쿄 시부야 팝업스토어에서 웹툰 ‘재혼황후’와 협업해 포토존을 마련했다. 프랭크버거는 전국 13개 매장에서 중국 온라인 게임 ‘젠레스 존 레로’와 협업해 굿즈를 판매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행에 민감한 편의점이 분야를 넘어선 이색 협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하나은행과 손잡고 특화 디저트인 마카롱 ‘달달하나’ 제품을 발매했다. 3월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의류 라인업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를 전국 3000여 개 매장에 단독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최근 뮤지컬 ‘팬텀’의 운영사인 EMK뮤지컬컴퍼니와 함께 뮤지컬 이미지가 담긴 햄버거, 오므라이스 등 상품군을 선보였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가 많은 업계 특성상 계속해서 ‘힙’해 보이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색 컬래버레이션 유행의 배경에는 매출 확대가 꼽힌다. 색다른 신상품 출시가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여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7월 로스트아크 협업 세트를 출시한 첫날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다.
잘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장기적인 매출원이 되기도 한다. GS25 관계자는 “무신사와 협업한 이후 일부 매장의 매출 신장률은 200%에 달했다”고 했다.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은 해당 IP의 팬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맘스터치는 4년간 진행한 7번의 IP 협업 행사 가운데 대부분 제품이 조기 품절되거나 ‘오픈런’(매장 개점 직후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행위)이 발생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버거업계와 게임업계는 젊은 소비자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 ‘덕후’들을 끌어들이기 좋은 협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색 협업을 통한 유통업계의 활로 탐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통, 식품업계는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협업 제품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불경기가 이어지는 한 협업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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