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좁아져 국내 생산도 감소
5월 車생산량 3.7% 줄어 35만대
전기차 캐즘에 국내 車산업 위기
현대차 울산1공장 올 4번째 중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25%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에서 생산한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수출 물량이 1년 전보다 20% 넘게 줄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도 국내 자동차 산업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전방위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 5월 국내 생산 물량의 대미 자동차 수출 대수는 7만7892대로 전년 동월(9만9172대) 대비 21.5%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미 수출량이 줄어든 건 25%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재고 물량을 우선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 3월 준공식을 연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현지 생산 물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재고 물량이 거의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관세가 발효된 4월 초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재고는 각각 94일치, 62일치 판매분으로 조사됐다. 재고가 소진되면 관세 부담이 커지고 하반기(7∼12월)부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수출량이 줄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도 줄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생산 물량은 35만8969대로 전년 동월(37만2814대) 대비 3.7%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량은 6.0%, 3.8% 감소했다.
● 캐즘에 또 생산 중단… “전방위 대책 필요”
전기차 캐즘도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이오닉5, 코나EV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은 25일부터 사흘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올 2월, 4월, 5월에 이어 올해만 네 번째 가동 중단이다. 울산 1공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 부진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공피치(空Pitch)로 라인 운영을 지속했지만, 더는 수용 가능한 한계를 넘었다”고 했다. 공피치는 차량 판매가 부진할 때 조립하는 차량 없이 빈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하는 운영 방식이다.
미국 관세와 캐즘 등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악재로 업계에선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공동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서울 서초구 자동차 회관에서 ‘신정부에 바라는 자동차 산업 정책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강남훈 KAIA 회장은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미래 차 주도권 확장,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했고 국내에서는 내수 회복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전방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관세 25% 부과로 대미 수출과 시장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부품 산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가 관세 전가를 위해 부품 단가 하락 압력을 높여 직간접적인 피해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품 산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및 경영 안정화 등 단기적 지원과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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