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나이-장애 상관없이 가전 사용… LG전자 ‘14번째 컴포트키트’ 출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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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가전 쓰게 하는 컴포트키트
올해 월평균 판매량 지난해의 2배
“장애가정-재활병원 찾아 보완점 찾아”
제품 하나당 시제품 100개 이상 제작

스타일러 이지행어(지난해 3월 출시) 허리를 펼 수 없거나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스타일러에 옷걸이 거치 가능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학생 김지우 씨(24)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에 설치된 스타일러를 좀처럼 써 볼 기회가 없었다. 뇌성마비를 가진 김 씨에게 휠체어에서 일어나 옷걸이를 성인 머리 높이에 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LG전자가 옷걸이에 긴 봉을 부착한 ‘스타일러 이지행어’를 출시한 뒤로 김 씨도 반년째 스타일러를 애용하고 있다. 김 씨는 “평범한 가전제품을 남들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컴포트키트 14번째 신제품인 ‘전자레인지 이지트레이’를 출시했다. 컴포트키트는 성별과 나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가전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액세서리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처음 컴포트키트 7종을, 11월 후속 제품 6종을 출시한 데 이어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수익을 목표로 내놓은 제품이 아니었지만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컴포트키트를 기획한 LG전자 최현 책임연구원과 최유진 선임을 만나 사용법과 개발 후기를 들어봤다.

● 14번째 컴포트키트 ‘전자레인지 이지트레이’

전자레인지 이지트레이(올해 6월 출시) 전자레인지 사용으로 뜨거워진 접시를 직접 만지지 않고 한 손으로 운반 가능
이지트레이는 전자레인지로 데워진 접시를 운반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접시를 올리는 트레이와 덮개로 구성돼 있다. 소재는 쉽게 뜨거워지지 않는 내열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 일부 있지만 모두 두 손을 사용해야만 들 수 있어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두 손을 쓰지 못하면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이지트레이는 측면에 가드가 있어 한 손으로도 충분히 들어올릴 수 있다. 덮개 손잡이는 손을 말아 쥘 수 없는 사람도 손가락을 끼워 넣어 쉽게 열 수 있게 설계됐다.

세탁기·건조기 이지핸들(지난해 3월 출시)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손끝에 힘을 주기 어려워도 손목이나 팔뚝으로 문 개방 가능
지난해 3월 출시한 ‘세탁기·건조기·냉장고 이지핸들’은 장애인이 아닌 사용자에게도 반응이 좋다. 최신 가전제품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손잡이가 제품 안쪽 깊숙이 숨겨진 ‘포켓형’으로 설계된다. 손가락을 구부리기 힘들거나 손끝에 힘을 주기 어려운 사용자들은 문을 열기 어렵다. 이지핸들을 부착하면 손잡이가 바깥으로 튀어 나온다. 손잡이의 폭은 6cm 안팎에 이른다. 최 연구원은 “손뿐만 아니라 팔뚝이나 팔꿈치로도 문을 열 수 있게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수기 실리콘 커버(지난해 11월 출시) 정수기에 실리콘 커버를 씌우면 터치 버튼의 위치와 기능을 손끝으로 파악 가능
지난해 11월 출시한 ‘정수기 실리콘 커버, 인덕션 실리콘 패드’는 시각장애인들이 가전의 터치 버튼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실리콘 커버를 씌우면 터치 버튼의 위치를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다. 버튼 옆에는 그림과 점자로 버튼 기능이 표시돼 있다. 최 선임은 “점자를 모르는 사용자들도 쓸 수 있도록 그림을 활용했다”며 “허리가 굽거나 휠체어를 이용해 눈높이가 낮은 사용자들도 손끝 감각으로 버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제품 하나당 시제품 100개 이상 만들어”

컴포트키트는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제작한다. 최 선임은 “LG전자가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인 ‘볼드무브’를 통해 가전 활용에 불편을 느끼는 점을 수집한다”며 “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있는 가정 10여 곳을 직접 방문하고 서울재활병원과 협업해 재활 환자들의 불편도 들어봤다”고 전했다.

통상 제품 하나를 상용화하는 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 최 연구원은 “제품 하나당 시제품을 100개 이상 3D프린터로 뽑아봤다”며 “머리로 구상한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해 사용해 보고 0.5mm 단위로 단차를 조정하며 불편을 줄이려 노력한다”고 했다.

LG전자는 14번째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새로운 컴포트키트를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개발진은 “앞으로도 계속해 더 나은 배려를 담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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