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이어지고 인공지능(AI)과 관련 인프라 산업이 성장하면서 미국 내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설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6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총 소비전력은 가파른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2007~2021년 4000TWh(테라와트시) 미만이었던 미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2022년 들어 4000TWh를 돌파한 뒤 2023년 4011TWh, 지난해 4097TWh으로 늘어났다. 전력 인프라 감시·감독 기구인 북미전력안정성회사(NERC)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30년 5000TWh를 돌파해 2034년에는 5353TWh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력 시설은 노후화됐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고 대형 변압기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어섰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전력망 연결을 위해 대기 중인 발전 프로젝트만 1만1600개로 발전 용량만 2598GW(기가와트)에 달한다. 한국형 원전인 APR 1400 1855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정부는 증가하는 전력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20조 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 전력 체계를 재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력망 복원 사업에만 총 105억 달러(14조3000억 원)를 쏟아붓고 대용량 송전선 설치, 기존 전력망 개선 등에 25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잡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한국의 전력 설비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650kVA(킬로볼트암페어) 이하 소형 변압기의 31.2%(4억9000만 달러)가 한국산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중형 변압기(22.6%)와 대형 변압기(12.0%) 점유율은 2위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우선 구매법)’ 규제와 관세 정책으로 전력 기자재 역시 미국 내 생산제품이 선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력 설비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KOTRA는 올 3월 낸 ‘미국 전력망 산업 동향 및 우리 기업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해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조기 대응해야 한다”며 “현지 제조 비중 확대를 통한 미국산 조달 의무화 정책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 전력 시장에서의 민영과 공영 발주 수요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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