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 의결권 제한’ 정당성 확보한 고려아연… HMG 신주발행은 정관 위반 판결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6월 27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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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자회사 활용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정당 판결(항고심)
HMG글로벌 신주발행 무효 소송 1심 패소
법원 “정상적인 경영 활동 인정하지만 정관 위반”
고려아연 “정관 취지 등 항소심서 적극 소명할 것”
영풍 “최대주주로서 MBK와 함께 권익 침해 없도록 대응할 것”

고려아연과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3년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사업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지난 2023년 이뤄진 신주발행(제3자 배정 유상증자) 관련 무효 소송 1심에서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이 됐던 경영권 방어 목적에 대해서는 기각했지만 정관이 규정한 ‘외국’ 합작법인 요건이 승패를 갈랐다. 이에 앞선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관련 2심 소송에서는 고려아연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27일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신주발행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영풍)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2023년 9월 13일에 단행한 액면가 5000원, 보통주식 104만5430주의 신주발행이 무효가 됐다.

고려아연은 당시 현대자동차 해외 합작법인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해당 규모 신주를 발행했다. 신주가 희석되면서 고려아연 현 경영진(최윤범 회장 측) 우호지분이 영풍 측 우호지분을 넘어서게 됐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진행한 신주발행으로 ‘경영상 필요’에 해당하지 않고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정관이 규정한 외국 합작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때해 재판부는 고려아연 신주발행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영풍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전부터 현대자동차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고 절차를 거쳐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경영상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봤다. 또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이 존재하지 않아 고려아연 경영진의 우호주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신주를 받은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정관에서 규정(제3자 배정 대상 기업)한 ‘외국’ 합작법인에 해당하지는 않아 신주발행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외국의 합작법인은 외국 법률을 준거법으로 해 고려아연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출자에 참여한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1심 판결이 정관에 나와 있는 외국의 합작법인 요건 부분에서 기술적인 이유로 정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상황으로 항소심에서 외국 합작법인과 관련된 정관 제정 취지와 의미를 보다 상세히 소명해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영풍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단행한 HMG글로벌 신주발행 행위가 법적으로 무효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정관의 법적 구속력과 주주권 보호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에게는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을 요구했다. 또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앞으로도 주주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 본사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항고심은 고려아연 승소
이에 앞서 마찬가지로 영풍이 제기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관련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항고심(2심)에서는 법원이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해당 소송은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자사주 대항공개매수, 획기적인 상호주 의결권 공방 등이 복잡하게 얽힌 소송으로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25-3민사부(부장판사 정종관)는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정기주총 당시 영풍 주식 19만226주를 갖고 있었고 정기주총 기준일인 2024년 12월 31일 당시 영풍(채권자)이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법(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고려아연 승소 차원을 넘어 현행법상 상호주 활용을 통한 경영권 방어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재차 확인한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이번 항고심 승소로 적대적 M&A를 저지하는 기반을 한층 견고하게 다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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