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 출시 연기 요인으로 꼽혀
기존 제품과의 기능 중복도 해결과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로 차별화해야”
ⓒ뉴시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까지 인공지능(AI) 집사로봇 ‘볼리’를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결국 출시 시기를 하반기로 미뤘다.
볼리가 국내 AI 집사로봇 시장의 문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출시 연기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싼 가격 및 다른 제품들과 중복되는 기능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던 AI 집사로봇 볼리의 출시 시점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볼리는 집안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퀴가 달린 이동 로봇으로 별도의 콘트롤러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한다. 사용자 별로 목소리를 인식해 전화를 걸어주고 프로젝터 빔으로 여행·날씨 등의 생활정보들을 알려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CES 2020’에서 처음 볼리를 공개했지만, 5년 넘게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 글로벌 가전 전시회에서만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하는 정도였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한국과 미국에서 오는 5~6월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이 시기를 넘기게 됐다. 일각에서는 오는 9~10월은 되어야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볼리를 개발했지만 출시를 미루고 있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볼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개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비싼 가격’이 해결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볼리에는 두 대의 프로젝터와 고성능 AI칩 등 첨단 기술을 갖춘 부품들이 대거 탑재되는 만큼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프로젝터 한 대의 값만 100~200만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300만~400만원까지 책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볼리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가격 진입장벽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타겟 고객층이 대폭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소수의 고객층만 구매하면 제품 흥행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 만큼의 활용도를 갖췄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 볼리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전을 제어하고 사용자의 스케줄을 알려주지만,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로도 이 같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당장 비스포크AI 냉장고의 스크린을 통해 미팅 스케줄과 과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된 서비스 및 제품들과 기능 상당 부분이 겹치는 셈이다.
또 볼리는 집안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와의 차별점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 로봇청소기는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어 집안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가 청소 이외에 집안 관리로 기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또 볼리와 로봇청소기 간 물리적 충돌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두 기기가 집안에서 함께 주행하면 최소한의 동선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주행 제품이 많아지는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지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볼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사용자의 감정을 공감하는 엔터테인먼트적 기능들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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