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충격 속에서도 지난달 한국의 수출 실적이 1년 전보다 4.3% 증가하며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보였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보다 10% 넘게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고, 자동차 수출 역시 대(對)미 수출 감소를 대유럽연합(EU) 수출로 상쇄하며 반등했다. 정부는 관세 전쟁의 타격이 하반기(7~12월)에 더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미 관세협상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4.3% 증가한 598억 달러로 집계됐다. 6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전년보다 6.8% 늘어난 28억5000만 달러로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품목별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인 149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1.6% 늘면서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견조하고 고정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수출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수출액 또한 63억 달러로 2.3% 증가하면서 6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의 영향으로 가장 큰 시장인 대미 수출은 줄었지만, 전기차를 중심으로 EU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중고차 수출도 급등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112억4000만 달러)과 중국(104억2000만 달러)으로의 수출이 각각 0.5%, 2.7% 감소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중국이 반도체 등의 수입을 자국 내 생산으로 대체하고 있어 대중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감소세”라며 “미국의 관세 전쟁 영향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줄면서 한국의 대중 부품 수출이 감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6월 수입액은 507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6월 무역수지는 90억8000만 달러 흑자로 2018년 9월 이후 최대다.
올 상반기(1~6월) 총 수출 실적은 3347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03% 감소했다. 사실상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올 3월 자동차와 철강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을 대상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시행됐고, 4월부터는 기본관세 10%까지 더해졌음에도 수출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예상을 뛰어넘은 반도체 수출 실적이 큰 몫을 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732억7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 수출은 2023년 4분기(10~12월)부터 7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향후 수출 전망을 낙관하긴 어렵다. 정부는 미국발 관세 전쟁의 타격이 하반기(7~12월)에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 무역정책관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품목별 관세 부과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성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변화, 유가 변동 등에 따라 하반기 수출 실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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