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사진)이 내년까지 회사 부채 8조 원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임직원들에게 제시했다. 영업이익 증대와 신용등급 상향 조정 역시 내년까지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로 꼽았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인 SK온의 계속된 적자와 주력 사업인 정유, 에너지 등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인사철이 아닌 5월 말 이례적으로 장 총괄사장을 신임 수장으로 임명하고 사업 재편에 나섰다.
● 경영 정상화 나선 ‘에너지 공룡’
2일 재계에 따르면 장 총괄사장은 최근 개최한 직원 대상 타운홀미팅(간담회)에서 2026년까지 △부채 8조 원 개선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조 단위 증대 △신용등급 투자적격 달성 등 3대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3월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부채는 75조 원으로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이 200%를 넘는다. 부채 가운데 이자 비용을 주로 발생시키는 차입금 규모가 50조 원이다. 이런 부채 탓에 올 3월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장 총괄사장의 목표는 차입금 규모를 지금보다 20% 가량 줄여 이자 비용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이자 비용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 조 단위로 발생하고 있다. 장 총괄사장이 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현재 사업 수익성과 재무구조 악화, 기업가치 하락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장 총괄사장이 다른 과제로 강조한 감가상각전 영업이익은 이자, 세금, 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정유, 에너지 등 본업의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계열사 적자에 경기침체 직격탄 맞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SK E&S와 합병하며 자산규모 110조 원의 ‘에너지 공룡’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올들어 주요 계열사들의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위기 상황에 처했다.
가장 큰 리스크로는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이 꼽힌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해 잇달아 조 단위 투자에 나섰지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SK온은 2021년 10월 분사 후 4년 연속 적자였다.
문제는 회사의 버팀목이었던 정유, 에너지 사업도 올 들어 실적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올 1분기(1~3월)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3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9% 감소했다. 전체 회사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1분기 6247억 원이던 게 올 1분기 영업손실 44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방안으로 윤활유 계열사인 SK엔무브 상장이 꼽혔지만 중복상장 논란에 계획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보령LNG터미널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장 총괄사장은 SK스페셜티 매각 등 SK그룹 내 주요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주도한 전략통”이라며 “내년까지 부채 8조 원 감소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자산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