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8282명… 1년새 2만명 증가
“사업부진 탓” 50% 넘긴 건 14년만
소매 30%-음식점 15%-부동산 11%
“내수침체로 폐업 증가세 이어질 듯”
23일 서울 종로구 종각 지하상가의 문을 닫은 매장 앞에 ‘점포정리,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2025.5.23 뉴스1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폐업 사유로 ‘사업 부진’을 꼽은 비중도 절반에 달했다. 사업 부진으로 인한 폐업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처음이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만1795명 늘어난 규모로, 연간 폐업 신고자가 100만 명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92만2159명이던 폐업자는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7292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2023년 폐업자 수가 98만6487명으로 11만9195명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늘어나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누적된 사업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폐업률도 2년째 오름세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전년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폐업 사유별로는 ‘사업 부진’이 50만6198명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만4015명 증가한 규모다. 폐업 사유에서 사업 부진의 비중이 50%를 넘긴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50.2%) 이후 처음이다. ‘기타’ 사유가 44만9240명으로 뒤를 이었고 양도·양수(4만123명), 법인 전환(4471명), 행정처분(3998명), 해산·합병(2829명), 계절 사업(1089명)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내수와 밀접한 분야에서 폐업이 많았다. 전체 52개 업종 중 소매업 종사자는 전년보다 2만4054명 늘어난 29만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음식점업(15.2%)까지 더하면 전체 폐업자의 약 45%가 소매·음식점업에 종사하던 이들이었다는 의미다. 부동산업(11.1%)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폐업률 역시 소매업과 음식점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업종별 폐업률은 소매업(16.78%)이 가장 높았고, 음식점업(15.82%), 인적용역(14.11%) 등이 뒤를 이었다. 소매업에 종사한 전체 사업자 6명 중 1명이 지난해에 폐업한 셈이다. 소매업 폐업률은 2013년(17.7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득 감소가 내수 침체를 불러왔고, 소매·음식점업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며 “내수 부진과 건설업 불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최근의 폐업자 수 증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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