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도 백화점에 걸린 정형화된 디자인이 아니라 자기만의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말본골프가 제시하는 골프웨어의 미래입니다.”
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말본성수’ 개장을 하루 앞두고 만난 미국의 골프웨어 브랜드 ‘말본골프’ 공동 창립자인 스티븐 말본(49), 에리카 말본(36)은 진열대에 걸린 푸른색 패턴의 반팔 카라 셔츠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헐렁한 핏과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이 옷은 여행지에서나 볼 법한 스타일이지만 실제로는 호주 프로골퍼 제이슨 데이가 PGA 투어 ‘존 디어 클래식’ 연습 대회에서 입은 의상이다. 스티븐 말본 공동 창립자는 “골프복을 필드 밖에서 즐기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말본골프와 말본성수는 일상과 골프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본골프는 ‘골프 덕후’로 알려진 스티븐 말본과 에리카 말본의 깊은 애정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해 현재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며 라이프스타일 골프 브랜드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스티븐 말본 공동 창립자가 골프에 빠진 건 열두살 때였다.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의 한 골프장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골프채를 잡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 “매일 어제보다 나은 기록을 내고 싶은 마음, ‘이번엔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골프에 중독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성인이 된 후 미디어 그룹을 설립하면서 한동안 골프에서 멀어지기도 했지만 LA로 이주한 뒤 다시 골프채를 들었다. 매일 골프 연습을 이어가고, 골프 콘텐츠만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 만큼 골프는 그의 일상이었다.
에리카 말본 공동 창립자 역시 ‘골프 마니아’인 아버지 덕에 유년 시절부터 골프에 익숙했다. 필리핀 마닐라와 미국 LA를 오가며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는 동안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골프복이었다. 에리카 말본 공동 창립자는 “골프를 칠 때마다 ‘멋있는 골프 패션’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고 했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다 보니 부부의 대화는 자연히 골프 이야기로 채워졌다. 에리카 말본 공동 창립자는 “서로 이렇게 좋아하고 열정을 쏟는 골프를 브랜드로 만들어보자고 스티븐에게 제안하면서 말본골프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말본 부부는 창업 초창기부터 기존 골프웨어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들은 골프가 개인 스포츠인데도 마치 단체 경기 유니폼처럼 비슷한 스타일로 입는 분위기에 의문을 품었다. 매일 골프 연습을 직접 해보면서 타이트한 핏과 장갑 등 정형화된 골프웨어가 오히려 스윙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티븐 말본 공동 창립자는 “헐렁한 팬츠에 버튼 셔츠를 편안하게 걸쳐 입는 것이 말본이 추구하는 변화의 흐름이었다”고 설명했다.
말본골프가 한국에 진출한 건 2021년이었다. 당시 패션기업 하이라이트브랜즈를 통해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판교점에 첫 매장을 열면서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점포를 빠르게 늘려 2022년 44개였던 매장은 올해 총 74개로 확대됐다. 이달 5일에는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최초의 골프·라이프스타일 매장인 말본성수를 열었다. 에리카 말본 공동 창립자는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인 성수는 골프와 일상의 경계를 허문 브랜드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국내 골프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말본골프는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에리카 말본 공동 창립자는 “한국에서 골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어느정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면서도 “여전히 ‘스크린골프’, ‘파크골프’ 등 다양한 형태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말본골프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나이키 골프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주류, 스케이트보드, 힙합 뮤지션 등과 협업해 말본골프만의 감성을 담은 제품을 출시해 왔다. 올해는 DJ 겸 프로듀서인 스티브 아오키와의 협업도 예정돼 있다. 스티븐 말본 공동 창립자는 “다양한 카테고리 브랜드와 협업을 늘리며 ‘골프웨어는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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