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200% 관세’ 언급에…업계 “수출 포기 고려할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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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국내 바이오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25% 내외로 예상했던 관세 범위를 훌쩍 뛰어넘자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구체적인 관세 부과 계획은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즉시 발효되지는 않을 것이며 약 1년에서 최대 1년 6개월의 시간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제약사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제약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인수하는 등 제약 분야 제조 시설을 미국에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내각 회의 후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의약품 관세에 대한 세부 사항은) 이달 말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제약 업계에서 요구하던 관세 유예 기간은 늘어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200% 관세를 언급하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당장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미국 생산 시설에 의약품 생산을 맡기더라도 기술이전이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 등에 2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자본도 국내에 공장을 지을 때보다 3배 가량 많이 들어간다.

그간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매출 감소와 미국 내 시설 확보를 저울질했을 때 차라리 관세를 내는 편이 영업이익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200%의 고관세를 언급하며, 이것이 실현됐을 경우를 고려해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 관세는 정말 상상도 못한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관세 계획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달 말 구체적인 관세 부과 계획이 나오면 미국 진출 전략이 큰 폭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만약 이대로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면 아예 수출을 포기하는 바이오 기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UN 무역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의약품 규모는 총 39억7000만 달러(약 5조 4476억 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 인수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관세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미국 정부 발표 후 바로 단기적으로는 2년 분의 재고 보유를 확보했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생산시설 보유 회사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뇌전증 국산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해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바이오팜은 도미니카공화국 근처에 있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관세 발효 즉시 생산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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