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8조 KDDX… 연내 착수마저 불투명[자동차팀의 비즈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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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선은 기술력-신뢰도가 핵심
미국과 협력기회 놓치지 말아야”

총사업비 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미뤄졌습니다. 이달 개최되는 제12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분과위원회에서도 KDDX 상세설계와 초도함 발주 관련 안건이 제외됐습니다. 4월 분과위 보류 이후 3개월 넘게 논의가 지연되면서 연내 착수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KDDX는 한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함으로,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6척의 구축함을 건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20년 기본설계 입찰 때 해군 전력 현대화와 ‘K-방산’ 수출 확대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사업 지연으로 애초 2030년 전력화 목표가 1년 이상 늦춰질 전망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신경전이 시발점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정치권 개입으로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방산 비리”라며 제동을 걸었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각각 지역 기업을 대변하며 맞섰습니다.

KDDX 지연이 아쉬운 이유는 이렇게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사이 글로벌 조선업계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조선 3사의 1분기(1∼3월) 기준 수주잔액이 194조 원에 달하며 호황을 누리지만, 조선업은 20∼3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언제든 내리막길이 올 수 있죠. 게다가 중국의 초대형 합병으로 자산 75조 원 규모의 ‘공룡’ 조선사가 탄생할 예정이라 향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KDDX 같은 특수선은 기술력과 신뢰도가 핵심 경쟁 요소로, 상선과는 차원이 다른 고부가가치 영역입니다. 특수선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면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어 더 이상 지연시킬 여유가 없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증강을 의식해 한국을 자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지목했습니다. 시설 노후화와 인력 부족에 직면한 미국 주요 조선소들에 한국은 고도의 설계·생산 능력을 갖춘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KDDX 지연으로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관심을 보인 ‘K-이지스’ 수출 협상도 지지부진합니다.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조속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KDDX#한국형 구축함#이지스 시스템#K-방산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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