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시총 첫 3000조원 돌파
채권도 5개월 연속 ‘바이 코리아’
주주 환원 등 K증시 재평가 잇달아
美선 “韓증시 10년간 호황” 전망도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1.58% 오른 3,183.23으로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나흘째 올라 연고점을 재차 돌파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외국인 투자가들의 ‘바이(buy) 코리아’ 행렬에 힘입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달까지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을 두 달 연속으로 순매수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정책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8% 오른 3,183.23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9월 7일(3,187.4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늘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 가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외국인은 4464억 원, 기관은 462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하며 증시 랠리를 주도했다. 이날 종가 기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시가총액은 3020조7694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수세가 국내 지수와 시가총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을 3조760억 원, 채권을 3조6240억 원씩 각각 순매수했다. 주식은 2개월, 채권은 5개월 연속으로 순매수 기조를 이어 왔다.
특히 외국인들은 코스피 상장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 코스피에서 3조1220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46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두 달째 ‘바이 코리아’를 이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증시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부터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달 3일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제한을 강화(3% 룰)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1년 내로 의무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하는 등 ‘친(親) 주주 환원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3년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장사에 주주 환원 확대 등을 강하게 촉구했고, 그 결과 외국인 투자가의 호응을 받으며 이듬해 신고가를 경신했다”며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금융가에서는 한국 증시에 대한 파격적인 전망도 등장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모닝스타웰스의 마크 프레스킷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향후 10년간 한국 증시의 연평균 상승률이 11∼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지배구조 개혁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며, (상법 개정안이) 소액 주주의 권리와 재벌 지배력에 대한 오랜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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