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새로운 고객층 확보에 나서지만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일례로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는 세포라나 베이비저러스 같은 고가 매장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해 가격 민감도가 낮은 고객을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저가 상품이 줄어들자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커졌다. 결국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매출이 20% 감소했다.
이처럼 기업이 유입하려는 신규 고객이 기존 핵심 고객과 너무 다르면 충성 고객의 이탈, 고객 간 갈등, 평판 훼손, 매출 감소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 집단 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고객 간 관계는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리된 커뮤니티, 연결된 커뮤니티, 리더-팔로어 관계, 상충하는 세그먼트가 그것이다.
분리된 커뮤니티는 나이키의 러닝 고객과 농구 고객처럼 각자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충돌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연결된 커뮤니티는 인스타그램이나 링크트인처럼 고객이 많아질수록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는 플랫폼 형태를 말한다. 세 번째로 리더-팔로어 세그먼트의 경우 전문 셰프들이 사용하는 르크루제를 일반인이 따라 구매하는 경우처럼 위계적 관계가 형성되는 유형이다. 네 번째 상충하는 세그먼트는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쳐 갈등이 발생하는 유형이다.
고객 세그먼트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기능적 갈등은 스타벅스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는 고객과 급하게 커피만 사려는 통근족 사이의 충돌처럼 서로 다른 경험을 원할 때 발생한다. 브랜드 이미지 충돌은 티파니가 1990년대 저렴한 실버 주얼리로 인기를 끌면서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흔들린 사례처럼 브랜드 정체성이 훼손될 때 나타난다. 사용자 정체성 충돌은 슈프림이 고급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기존 스케이터 커뮤니티가 혼란을 겪은 경우처럼 특정 집단의 소속감이 위협받을 때 생긴다. 이데올로기 충돌은 버드라이트가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보수 성향 고객들의 반발을 산 사례처럼 가치관이 상충할 때 발생한다.
고객 집단 간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라이언 해밀턴 에머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 교수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세그먼트를 분리하는 것이다. 노스페이스가 메인 인스타그램 계정 외에 특정 스포츠나 도시 패션을 겨냥한 별도 계정을 운영하거나 스타벅스가 매장 포맷을 다양화해 고객 요구에 맞는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둘째, 리더-팔로어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다. 리바이스가 고급 라인에는 파란 탭을 달고 중간 라인에는 빨간 탭을 매단 반면에 저가 라인에는 탭을 없애는 등 계층을 구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정 세그먼트를 퇴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놀이기구 운영사 식스플래그는 티켓 가격을 대폭 인상해 구매력이 낮은 10대 고객을 줄이고 가족 단위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 결과 방문객은 줄었지만 수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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