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올리브유 5년새 141%-59%↑
“천연버터 등 프리미엄 제품 찾아”
저탄고지 다이어트 유행도 영향
해외 작황 부진시 가격상승 우려
경기 구리시에 있는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버터 코너 매대. 롯데마트 제공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몸무게가 늘면서 건강을 위해 식단 관리를 결심했는데 한 셀럽의 영상을 보고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알게 됐다”며 “탄수화물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버터를 사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재료의 품질을 따지는 소비 트렌드와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이 맞물리면서 천연 버터와 올리브유 등 ‘건강한 지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14일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터 시장 규모는 2019년 178억 원에서 지난해 429억 원으로 5년새 1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매 판매량도 약 1000t에서 약 2000t으로 2배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천연버터(자연버터) 등 프리미엄 제품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연버터는 가공버터와 달리 유지방 함량 80% 이상인 버터를 말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천연버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무염·저염 등 프리미엄 버터 수요는 약 25% 늘었다.
국내 올리브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올리브유 시장 규모는 2019년 708억 원에서 지난해 1935억 원으로 약 173%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매 판매량은 3800t에서 5800t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올리브유 판매액은 2019년 269억 원에서 2023년 457억 원으로 약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원재료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유행이 시장 성장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한승우 유로모니터 식품·외식 부문 책임연구원은 “국내 프리미엄 버터 시장 성장 배경에는 고품질 버터를 선호하는 건강 지향 소비자층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층 간의 소비 양극화가 있다”며 “원재료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면서 ‘천연 유지’ 중심의 프리미엄 버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탄고지로 불리는 ‘키토제닉’과 지중해식 다이어트 유행도 버터와 올리브유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키토제닉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버터 등 지방 섭취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중해식 식단은 육류와 가공식품 대신 올리브유, 채소를 중심으로 섭취하는 식사법을 말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건강한 지방을 챙겨 먹는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프리미엄 버터나 올리브유처럼 질 좋은 지방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제품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해외 작황 부진 시 가격 상승 우려가 커 수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버터 등을 포함한 유제품의 세계 식량 가격 지수는 154.4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우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버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올리브유도 지난해 스페인 등 주요 산지의 가뭄 여파로 작황이 악화되면서, CJ제일제당과 샘표 등이 제품 가격을 30% 인상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