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29조원 보유 1위 독주 체제… 자율주행 택시 등 AI 기대감 덕분
2위 엔비디아-3위 팔란티어 차지… AI 전략 뒤처진 애플, 4위로 하락
외화증권 결제액은 3.2% 감소
올해 상반기(1∼6월)에 서학개미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종목은 테슬라였다. 2∼4위 종목 보유액을 다 합쳐야 테슬라와 비슷한 정도로 쏠림 현상이 컸다. 반면 인공지능(AI) 전략에서 실기했단 평가가 나오는 애플은 서학개미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테슬라였다. 서학개미들은 212억 달러(약 29조 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갖고 있었다. 주식 거래액(매수+매도) 순위에서도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에만 273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세를 거듭해 지난해 12월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479.86달러)를 달성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끈끈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불화가 5, 6월쯤부터 불거지면서 주가도 출렁였다.
하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나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성장 동력에 기대를 건 서학개미들이 테슬라를 팔아 치우지 않자 오히려 지난해 상반기 말(118억 달러) 대비 보유액이 약 80% 늘었다.
서학개미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보유액 2위 종목은 최근 전인미답의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달성한 미국의 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였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135억 달러 규모로 보유했다. 3∼5위는 AI를 접목한 방산기업인 팔란티어(45억 달러), 미국의 빅테크 기업인 애플(42억 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33억 달러)가 차지했다.
애플의 경우에는 2023년 상반기 말(53억 달러) 이후 계속해서 서학개미들의 보유액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가장 먼저 4조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받았던 시총이 현재 3조 달러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애플의 AI 기술 개발이 경쟁사에 한참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자 서학개미들이 외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말 서학개미들의 외화증권(주식+채권) 보유액은 1844억5000만 달러(약 255조 원)로 지난해 말 대비 16.2%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이어 서학개미들은 올해도 해외 증권을 꾸준히 사들인 것이다. 해외 여러 증권 시장 중에 미국 증권이 전체의 78.7%를 차지했다. 개별 보유 종목 톱10도 모두 미국 상장 주식이었다. 2020년 상반기만 해도 미국 증권 비중은 33.0%에 불과했지만 서학개미들의 미국 사랑이 매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들의 외화증권 결제액은 3779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반기(3906억5000만 달러) 대비 3.2% 감소했다.
이철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일부 국내 증시로 향했다”며 “그럼에도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에 하반기에도 미국 주식을 쉽게 팔지 않는 서학개미들의 장기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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