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일 뿐인데 왜 이렇게 난리야?”… 입소문이 만든 ‘알바의 눈물’ 한 컵 [동아리]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7월 1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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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MGC커피 컵빙수. 메가MGC커피 제공
메가MGC커피 컵빙수. 메가MGC커피 제공
“여기도 지금 빙수 주문 안되는데요”

요즘 카페 입구 주문 키오스크 앞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메가MGC커피 ‘팥빙젤라또 파르페’를 중심으로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출시한 ‘컵빙수’가 여름철 대표 메뉴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빙수전쟁이 벌어진 모습이다. 평일 오후 종각역 인근 메가MGC커피 매장 3곳을 돌았지만 모두 품절이었다.

메가MGC커피에 따르면 팥빙젤라또 파르페는 지난 4월 30일 출시 이후 7월 16일까지 약 두 달 반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넘어섰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분당 45개 꼴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디저트 메뉴 중 가장 빠른 속도”라고 밝혔다. 메가MGC커피는 6월 첫째주에는 1분에 28개가 팔렸고 2주가 지난 6월 셋째주에는 분당 32개씩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6월 한 달 동안 판매량이 60%가량 증가한 셈이다. 단기간에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며 컵빙수 시장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다.

지금도 일시품절이 속출하는 것을 보아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가MGC커피 관계자 역시 “원재료 소진이 빨라지고 있어 현재 본사에서도 재료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가MGC의 팥빙젤라또 파르페는 2~3인이 함께 나눠 먹던 전통 빙수를 1인용 컵 사이즈로 구현한 컵빙수다. 가격은 4400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형태는 아니고 작년에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메뉴다. 특별하게 새로운 제품이 아닌데 올해 유난히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터졌다… 단 두 줄로 시작된 ‘눈물 마케팅’
X에서 처음 화제가 된 글.
X에서 처음 화제가 된 글.
이른바 메가커피 컵빙수 열풍은 지난 5월 말 SNS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29일 한 유저는 소셜미디어(SNS)에 “오늘 메가커피 팥빙젤라또파르페 사먹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4400원에 이 맛이면 나는 맨날 사먹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계정은 평소에도 음식점을 방문하고 리뷰하는 일반 사용자로 진정성 있는 후기성 글이었다.

이 평범한 글이 하루 뒤인 5월 30일 다른 유저로부터 리트윗 되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평범한 야구팬으로서의 일상을 올리던 이 유저는 “저거 정말 맛없음. 만들 때 알바생들 눈물 매우 많이 들어가서 짬. 제발 먹지 마. 정말 맛없어 최악임” 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재치 있는 비꼼의 한마디는 약 2만5000건 이상 리트윗되며 일명 ‘눈물의 빙수’로 회자됐다.

브랜드나 광고주가 아닌 ‘진짜 사람’들의 경험이었기에 소비자들은 더욱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글을 공유했다. ‘알바생 괴롭히는 눈물빙수 접했다’는 후기부터 ‘알바생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구매 인증글이 줄을 이었다. 이후 해당 글 작성자는 이후 “컴포즈가 더 맛있다”는 후속 트윗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를 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메가커피 알바생이 컴포즈커피 알바생에게 폭탄 돌리기 하냐”는 의혹을 담은 재치있는 댓글이 주목을 받았다.
(좌)컴포즈커피 공식 SNS계정 (우)뚜레쥬르 공식 SNS계정 캡쳐

실제로 컵빙수 제조는 일반 음료 대비 공정이 복잡하다. 얼음 세팅, 젤라또 스쿱, 통팥, 떡, 시리얼, 연유 등을 순차적으로 올려야 하며 잘못 배합되면 비주얼과 식감이 무너진다고 한다. 알바생들은 “하루 60잔 넘게 만들면 팔이 후들거린다”, “이 메뉴는 진짜 체력전”이라는 후기를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웃픈 호소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런 흐름은 타 브랜드들이 공식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더 확산됐다. 컴포즈커피는 글이 처음 올라오고 유행 조짐을 보이자마자 공식 SNS계정을 통해 “컵빙수대란 첫차 탑승”이라는 문구와 함께 컵빙수 출시를 소개했고 뚜레쥬르도 지난달 “뚜쥬 알바생분들께 죄송합니다. 뚜쥬에도 컵빙수 팔아요”라면서 출시 소식을 알렸다. SNS의 ‘알바의 눈물’ 코드가 본사 차원의 마케팅 언어로 채택된 셈이다.

메가MGC커피 측은 “5월 30일 SNS 게시물 이후 6월 들어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도 ”해당 바이럴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X에서 지난해 화제가 된 글.
X에서 지난해 화제가 된 글.

지난 2023년부터 꾸준히 수박주스를 앞세운 이디야커피도 관련 바이럴을 활용한 별도의 마케팅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략을 바꿔 알바몬과 협업해 ‘수박씨 바를 알바’를 공모하는 이벤트성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여름, 한 알바생이 매장에 부착한 문구 사진 한 장으로 주목받았다. 사진 속 문구는 “이 수박은 곧 수박주스가 됩니다. 수박 씨 바르는 기계가 있습니다. 바로 저예요.”라는 내용이었다. 이디야커피 수박주스는 이전부터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해당 게시물이 SNS에서 2만1000회 리트윗되고 15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이디야의 수박주스는 생수박을 직접 갈아 만든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실제로 이후 이디야의 수박주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한다.

컵빙수 기성품과 비교해보니… “가성비는 괜찮네”
메가MGC커피의 팥빙 초코 젤라또 파르페와 망빙 파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직접 메가MGC커피의 팥빙젤라또 파르페를 먹어봤다. 공정 과정을 보니 알바생의 노고가 체감된다. 우유얼음을 넣고 팥, 떡, 아이스크림, 시리얼 등 토핑을 올린다. 무게나 개수를 정확히 측정해 넣기보다는 크게 한 숟가락을 퍼 올리는 방식이었다.

굵은 빨대에 들어가는 작은 떡이 약 10개 내외로 들어 있었고 컵의 대부분이 우유가득한 얼음이라 기대했던 것보단 ‘아주 실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SNS 속 화려한 비주얼과도 거리가 멀었다. 사람이 제조하는 방식이다보니 제조자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기대보다 평범한 맛에 기성품 컵빙수와 차이가 있을까 싶어 슈퍼마켓에서 컵빙수 제품을 구매했다. 구입한 제품은 기성품 컵빙수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온 롯데 찰떡일품 팥빙수와 해태아이스의 찐절미 빙수다. 두 제품 모두 240g, 소매점 기준 한 개당 2000원이다.

메가MGC커피 팥빙젤라또 파르페는 용량 약 591ml, 중량은 500g을 넘는다. 기성품 컵빙수(약 240g)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고 가격(4400원)을 감안해도 ‘가성비’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기성품 컵빙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기성품 컵빙수 단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먹어보니 맛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롯데 찰떡일품 팥빙수는 팥이 달지 않으면서 짭조름한 맛이 매력적이고 해태아이스 찐절미 빙수는 콩가루 베이스의 고소한 맛이 강했다. 토핑을 보면 두 제품 모두 떡이 5~6개 들어있고 팥 양도 카페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카페 제품은 매장에서 즉석 제조되는 신선한 빙수라는 점에서 우위였다. 기성품 컵빙수는 얼음이 거칠고 예전 가정식 얼음빙수의 식감이었다. 카페 제품은 아이스크림의 유크림과 함께 얼음이 우유와 연유를 머금고 있어 식감과 풍미가 보다 부드럽고 진했다. 유지방 함량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측도 이를 의식한 듯 두 제품 모두 ‘우유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문구를 표기해두었다. 기성품에는 시리얼이나 아이스크림 토핑도 없다.

컵빙수, 혼자서 부담스럽지 않게… “빙수 가격 정상화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기성품 빙수의 선택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쉽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품 빙수는 유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집으로 배송시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언제든 먹고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있다. 최저가로는 대형마트 당일배송이나 온라인몰에서는 개당 14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1회 구매 비용을 따져봤을 때 카페 제품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다.
배달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메가MGC커피 팥빙젤라또 파르페.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게 설정돼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반면 현재 메가커피 컵빙수 대란으로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빙수가 먹고 싶지 않더라도 맛보고 싶다면 아침에 구매를 시도해야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배달앱으로도 주문할 수 있는데 매장에 따라 가격이 최대 6900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일부 매장은 배달 주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번 컵빙수 열풍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카페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던 수준의 팥빙수지만 부담 없이 혼자 즐기기 좋은 충분한 양과 4400원이라는 가격에서부터 신드롬이 된 것이다. 얼음, 팥, 떡, 젤라또아이스크림까지 모두 갖춘 구성에 즉석 제조의 신선함, 여기에 ‘알바의 눈물’이라는 유쾌한 스토리까지 더해졌다. ‘가성비’와 감성이 함께 작동한 결과로 여름철 대표 디저트 자리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빙수의 가격 정상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급 디저트로만 여겨졌던 빙수가 대중적인 가격과 포맷으로 재정의되면서 누구나 빙수를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혼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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