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전략없는 韓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 AI만이 유일한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0일 1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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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
“앞으로 10년도 놓치면 상당 부분 퇴출”
“APEC에서는 관세 대응책 찾길 기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겸 SK그룹 회장이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한계 포럼 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한국은 제조업에서 10년을 잃었다. 10년 동안 우리는 제자리걸음 정도가 아니라 노화했다. 한국의 제조업이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겸 SK그룹 회장은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 포럼 기자단 간담회에서 한국의 제조업을 이 같이 진단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10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경고했지만 불행히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제 석유화학은 중국의 경쟁 상대가 안 되고 반도체도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추격을 가속화시켜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왔다”고 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현재 중국발 과잉공급과 가격 경쟁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계속된 적자와 누적된 부채로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도체에서도 레거시(구형) 반도체 잠식을 넘어 이제 중국이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및 7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시장도 노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금의 위기가 ‘전략의 부재’ 탓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여태까지 잘했으니까 앞으로도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도 중국이 우리보다 더 빨리 적용하는 상황이 부정적이지만 아직은 초기니깐 빠르게 따라잡아 경쟁해야 한다”며 “앞으로 AI로 우리가 제조업을 일으키지 못하면 10년 뒤 거의 상당 부분이 퇴출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양국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최 회장은 “일본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한국이 가진 데이터를 섞어서 (같이) 쓸 수 있어야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다”며 “한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올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관세 리스크에 대한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최 회장은 “관세를 좋은 방향으로 풀기에 (APEC이)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며 “APEC을 통해 관세 문제를 완벽하게 깨끗하게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라고 했다.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재계에서 우려하는 규제 법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믿고 그렇게 개정한다고 하면 받아들여야 겠지만 실제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를 고치거나 다른 대응책을 낼 수 있도록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재계 쪽에서 듣되 다른 것을 풀어줘서 재계 전체적으로 나아진다면 다른 무엇인가 또 바뀌지 않겠느냐”며 “지금 정부가 친기업이라고 강조하고 성장도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에)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규제를 없애거나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잃어버린 10년#전략 부재#반도체 시장#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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