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음식점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추진 중인 가운데 공공배달앱조차 정부 기준(15%)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동아일보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배달 플랫폼별 수수료를 분석한 결과 2만5000원짜리 음식의 경우 공공배달앱인 ‘땡겨요’의 ‘땡배달’을 이용한 음식점주는 5005원(20.02%)을 수수료로 부담했다. 정부의 상한제 기준 15%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같은 조건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를 이용하면 5028원(26.8%)을 내야 했다.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에는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배달료 △부가세 등이 포함돼 있다.
공공배달앱도 정부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배달앱 수수료율을 15%로 제한하려는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점주들 “배달 수수료 상한을” 라이더 “생계 위협”… 합의 쉽지않아
공공앱도 정부 ‘상한제 기준’ 못맞춰 美, 코로나때 상한제 도입했지만 소비자 부담 느는 부작용에… 주문 줄어 철회-재인상 움직임 상생안 마련 시한 9일앞 다가와… “수수료 상한제 근본대책 안돼” 지적
공공 배달앱인 ‘땡겨요’의 ‘땡배달’조차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 중인 수수료 상한선 기준(15%)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은 정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땡배달은 신한은행과 서울시가 민관 협력으로 선보인 모델로 2%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무료, 건당 3300원 정액 배달비가 특징이다.
동아일보가 땡겨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들의 수수료율을 파악한 결과 2만5000원짜리 음식 기준 땡겨요는 20.02%, 배달의민족·쿠팡이츠는 26.8%였다. 땡겨요는 중개수수료를 배달의민족·쿠팡이츠(7.8%)보다 크게 낮춘 2%로 책정했지만 결제수수료 3%, 부가세 10%, 배달비 3300원 등을 합한 총수수료율을 정부 기준인 15%까지 내리지는 못했다.
2만5000원보다 소액 주문일 경우 점주가 내야 하는 수수료율은 더 높아진다. 1만5000원짜리 음식의 땡겨요 배달 수수료는 4455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수수료 비중이 29.7%까지 올랐다. 같은 가격 기준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수수료 비중은 36.8%(5522원)다. 땡겨요 측은 현재 총수수료율이 20%를 넘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수수료 상한제가 법제화되면 기준에 맞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수료율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던 미국에서는 정책을 철회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앱 시장이 커지자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에서 최대 35%까지 수수료를 부과했다. 음식점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뉴욕, 뉴저지 등 78개 주에서 10∼15% 정도로 수수료 상한선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미국 시카고·덴버·샌프란시스코 등은 수수료 상한제를 철회하거나 수수료율을 다시 높이고 있다.
수수료 상한제로 음식점주들의 부담은 줄었지만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주문 자체가 줄어들어 시장이 축소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업체 도어대시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이후 소비자에게 배달료 2.5달러(약 3500원)를 부과했고 우버이츠는 뉴욕에서 배달비 2달러(약 2800원)를 추가했다. 마이크 설리번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교수가 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된 지역에서 소비자 부담 수수료는 7∼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상한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배달앱, 소상공인 등과 함께 7월 말까지 ‘상생 협의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합의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한 자영업자 단체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는 현재 30∼40%를 넘는 배달앱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수료 상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배달 기사들은 수수료 상한제 15%를 반대하고 있다. 배달 기사 측은 “수수료 상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배달 기사 단가가 줄어들면 생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 측은 “투자 위축으로 배달 시장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 부처 간 이견도 표출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법안소위를 열고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온라인 플랫폼 거래공정화(온플법)’에 포함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는 입법 방식을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는 한시적인 효과만 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동질의 상품을 파는 소상공인들이 많아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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