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50일간 18% 상승… 역대 최고 ‘증시 허니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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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때 3.6% 文때 3.9% ‘성적’ 앞질러
① 과도한 저평가 ② 반도체 투톱 상승
③ 李 부양 의지가 상승 원인 꼽혀
“기업 실적 뒷받침 없인 유지 힘들어”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 3,183.77이 표시돼 있다. 이날로 50일째를 맞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코스피는 17.96% 상승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재명 정부 출범 후 50일 동안 코스피가 18% 상승하며 역대 정부 가운데 허니문 기간 증시 성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부각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적극적인 증시 부양 의지를 밝히면서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의 최저점을 지났다는 기대감도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최고의 증시 허니문 보낸 새 정부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3,183.77로 장을 마쳤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4일 기준가(2,698.97)와 비교하면 50일 만에 17.96%나 상승했다.

이는 역대 정부들의 출범 50일 증시 등락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성적이다. 대통령 임기 시작 50일 후 코스피가 상승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3.57%), 문재인 정부(+3.92%)뿐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증시가 급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증시가 워낙 저평가된 상태였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에서는 비상계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국정 운영 공백기가 이어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 전쟁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부진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4일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4였다. PBR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상장기업들이 보유한 순자산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0.99) 이후 출범한 4개 정부는 모두 코스피의 PBR이 1을 넘는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투 톱’의 분위기가 긍정적이었다.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가 16.9% 올랐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에 처음 오른 SK하이닉스 주가도 29.6% 상승했다. 새 정부 출범 50일 동안 두 회사의 주가가 모두 상승한 건 이명박 정부 이후 처음이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 의지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뒤 대선 기간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냈던 이 대통령 당선 직후 국회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금융주가 급등했고 만년 저평가 종목인 지주사의 주가도 뛰었다. 또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에 네이버(24.13%)와 카카오(27.46%) 주가도 급등했다.

● 상승세 이어가려면 실적 뒷받침 필요

다만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인 ‘실적’과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중 실적 전망이 나쁜 상황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기업들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로 생산·물류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등이 이뤄지면 기업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증시가 기대감을 등에 업고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기존 공약보다 후퇴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주주 기준 하향 조정 등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워낙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증시의 상승 속도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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