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한미 ‘조선 동맹’… 美군함 MRO 넘어 상선도 함께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HD현대의 美파트너사 대표단 방한
美컨테이너선 공동건조 방안 논의… 한화오션도 방산분야 공조로 확대
조선업 부활 선언 美, 대규모 투자
선박 400척 발주 계획… 韓에 기회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과 디노 슈에스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대표가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미국 내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과 디노 슈에스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대표가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미국 내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가 미국 현지 기업과 선박 공동 건조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하는 등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과의 협력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상선에까지 한미 공조 범위가 확대되며 조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구축되고 있다는 기대감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HD현대는 최근 미국 선박 건조 파트너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의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미국 내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3일 밝혔다. 디노 슈에스트 대표를 비롯한 10여 명의 ECO 대표단 일행은 22일과 23일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조선소를 둘러봤다.

이는 양사가 6월 2028년까지 중형급 컨테이너선을 함께 만들기로 한 양해각서(MOU)에 따른 후속 조치다. HD현대는 이미 기술 인력을 파견해 생산성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기술 이전에 착수했다.

HD현대는 이번 기술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한 선박만 연안 항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존스법(Jones Act)’의 제약을 뛰어넘어 미국 상선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현지에서 이뤄지는 양사 간 선박 공동 건조 작업은 한미 간 조선 협력의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상선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한 가운데 방산 분야 공조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군함 3척에 대한 MRO 사업을 연달아 수주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이지스함 등 함정 건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미국이 한국에 손을 내민 배경에는 중국의 해양 패권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자리한다. 가격 경쟁력으로 선박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가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국방 산업의 중요성이 재확인되면서 자국 조선업 재건이 시급한 국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필요한 오랜 노하우와 숙련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업 부활을 위해 2037년까지 상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군함 등 최대 448척에 이르는 대규모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대규모 상선 수주는 물론이고, 연 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 해군 함정의 MRO 시장이 한국에 열릴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다만 한국 조선업의 핵심 기술 유출 우려와 낙후된 미국 조선 산업 생태계 등은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조선사인 HD현대가 본격적으로 미국 내 상선 공동 건조에 나선 건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중국에 맞선 미국 주도의 핵심 산업 공급망에 한국이 편입되는 신호탄”이라면서도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은 잠재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선박 공동 건조#조선업#한화오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