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반도체 관세 2주내 발표”…한국 업계 초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8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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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 관세를 다음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철강·알루미늄, 수입차처럼 25~50%에 달하는 관세를 매기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부터 제조, 수요처인 테크 기업들까지 공급망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주일 안에 반도체 수입 관련 국가 안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4월부터 반도체 품목 관세를 위해 진행한 조사로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부터 반도체 품목관세를 줄곧 예고해왔다. 올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관세 관련 “25%,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 상무부는 4월부터 반도체 공급망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벌여 왔다.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 등이 포함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반도체를 비롯해서 관련 기판, 웨이퍼, 장비 전반이 관세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를 부품으로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업계도 관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6300억 원)다. 전체의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 보다 낮다. 하지만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나 동남아 패키징(조립)을 거쳐 미국에 가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관세 영향을 받는 반도체 물량은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은 대만으로 수출한 뒤 최종 제조 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해 내보내는 구조다. SK하이닉스의 HBM이 애리조나 공장에서 완성된다 해도 전(前)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제품으로 HBM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할 지 몰라도 그 전에 필요한 D램은 한국에서 수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세로 인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구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들도 타격을 받는게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의 서버 구축 비용을 크게 늘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과의 AI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관세는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관세로 압박하고 있지만 반도체 팹(공장)을 지으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반도체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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